시각을 달리하니 많은 것이 보였습니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재'였습니다. 일단 소재가 있어야 내용을 전개해 나갈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 이미 많은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글의 시작이 되는 소재가 아주 중요했습니다. 사냥꾼처럼 어떤 소재들이 있는지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저는 더 많은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모든 것들을 그저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회의 방식, 보고서 방식, 각종 절차 등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으로 생각합니다. 환경을 굳이 변화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지요.
하지만, 사냥꾼의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게 되니 보이는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HR을 하는 제 입장에서는 회사의 각종 제도들이나 절차, 조직문화 등 에서 좋은 점과 개선해야 할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점은 좋은 점대로 다른 조직에 이를 적용하면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상상해 보았습니다. 개선해야 할 점은 개선할 점대로 우리 조직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변화될지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동료들과의 대화 하나하나에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저와 절대 인연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개발자'들과의 적극적인 대화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파악했던 개발자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개발자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했습니다.
노트북을 펼치는 곳이 바로 사무실이었습니다.
2. 개발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했습니다.
그들에게 출퇴근은 시간적 의미가 아니라 문제가 발생/해결되거나 새로운 코드가 완성되는 순간이었습니다.
3. 개발자는 팀워크로 일하면서도, 팀워크로 일하지 않았습니다.
일의 방향을 잡거나, 스터디를 할 때는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필수였습니다. 하지만, 코딩을 하는 그 순간은 철저하게 고독한 시간이 별도로 필요했습니다. '따로 또 같이'의 전형이었습니다.
저는 왜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개발자들의 일이 진행될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보통 사무실에 앉아있지 않으면 일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보았던 개발자들은 사무실에 없으면서도 문제없이 일을 하였습니다.
일을 할 수 있도록 통제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제와 관리는 출퇴근이 일정한 사람들에게는 해당될 수 있지만, 이미 24시간 코딩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개발자들에는 통용되는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일을 하나로 모으고, 관리하는 개발자 리더들의 역량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절대 저의 삶과는 관계가 없을 것 같았던 개발자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저는 새로운 세계를 또 알게 되었습니다.
건설업, 제조업 등 기존 전통 산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리더십과 조직문화에 대해서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