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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Sep 19. 2023

헬리콥터와 현미경

리더가 가져야 할 두 개의 시야 

안녕하세요 Kay입니다. 오늘도 저의 초보팀장 시절의 이야기를 드려볼까 합니다.


제가 처음 팀장을 맡았을 때 저는 해당 업무의 실무자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낙하산(?)이었지요. 보통 해당팀의 팀원이 팀장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저는 당시 회사와 관계는 있었지만 철저히 외부에 있는 협력관계였습니다. 즉, 저는 내부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갑자기 팀장직을 제안을 받고 덜컥 그 제안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무슨 ‘깡’이었나 싶습니다. 기라성 같은 컨설턴트들이 즐비한 곳에 경험이나 학력도 없는 제가 팀장이라니요. 하지만, 앞으로 닥치게 될 어려움을 몰랐기에 기세도 좋게 팀장직 수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팀장의 첫 번째 업무는 일의 배분이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업무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눈으로 보아서는 무게를 전혀 알 수 없는 가방들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절대 어느 가방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 가방에 따라서는 어깨끈을 장착할 수 없는 가방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즉, 그냥 눈으로 보아서는 이 가방이 무거운지도, 만약 무겁다면 어깨끈을 장착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저의 상황이 그러했습니다. 제안서를 작성해야 하는 요청건들이 밀려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요청문서만 보아서는 이 제안서 작성의 난이도나 소요기간에 대해서 전혀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해당 업무를 직접 해본 경험자가 아니기에 당연히 ‘현미경’ 시야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당시 부팀장처럼 저를 지원해 준 팀원의 도움이 없었으면 팀은 패닉상태에 빠졌을 것입니다. 또한 이런 저의 상황을 팀원들이 이해해 주었기에 다행히 저의 부족한 시야를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현미경’ 시야도 부족했지만, ‘헬리콥터’ 시야도 부족했습니다. 프로젝트 전체를 보면서 고객사의 니즈에 맞는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데, 도저히 헬리콥터처럼 위에 올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프로젝트 전체를 보지 못한 채 일을 해야 했기에 당연히 많은 문제가 생겼지요.



‘현미경’ 시야와 ‘헬리콥터’ 시야. 팀장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가치인데요, 과거의 저에게 메모 전달이 가능하다면 아래와 같이 말해주고 싶습니다.  



1. 팀장은 기본적으로 ‘현미경’ 시야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현미경’ 시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실무를 잘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팀장이 실무를 모르면 일의 분배부터 진행상황 관리, 성과관리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리더가 된다고 실무를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면 팀의 기본이 흔들리게 됩니다. 




2. 팀장은 리더이기에 ‘헬리콥터’ 시야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속담처럼 각자 다른 곳에서 코끼리를 만지게 되면 혼란이 발생하게 됩니다. 리더는 헬리콥터처럼 높은 곳에서 코끼리의 전체 모습을 파악하고 구성원들에게 일을 배분하고 관리해 주어야 합니다. 실무자들이 프로젝트의 큰 그림까지 볼 수는 없을 테니까요. 실무자들은 주어진 부분에 집중하고 리더는 전체를 아울러야 합니다.



3. 팀장은 ‘현미경’과 ‘헬리콥터’ 시야를 균형 있게 사용해야 합니다.
‘현미경’에만 집착하고 ‘헬리콥터’를 등한시하면 마이크로 매니징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분들은 “내가 과장 때 이 업무 해봐서 잘 알아.”란 말을 자주 하지요. 반대로, ‘헬리콥터’에만 집착하고 ‘현미경’을 등한시하게 되면 팀과 팀의 성과관리에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분들은 “내가 이런 사소한 일까지 신경 써야 하나?”란 말을 자주 합니다. 팀장은 상황에 따라서 두 개의 시야 사이를 빠르게 왕복해야 합니다.

‘현미경’과 ‘헬리콥터’. 둘 다 어렵습니다. 어렵기에 팀장은 끊임없이 학습해야 합니다. 실무와 관련된 전문지식은 물론이고, 큰 그림을 보는 훈련도 꾸준히 해야 하지요. 



돌이켜보면 왜 임원, 팀장들이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신문을 쌓아놓고 열독 하는지 이제야 느끼게 됩니다. 그들은 그렇게 세상을 크게 보는 훈련을 하면서도 실무자들이 결재서류를 올리면 관련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하면서 학생 같은 자세로 배우기도 하셨지요.   


오늘도 끊임없이 학습하시는 팀장님들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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