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믿음을 준 그림
글쓰기는 점점 저의 에너지이자 즐거움으로 변해갔습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소재였기에 한층 더 날카로운 눈으로 관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업무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HR LEAD 업무를 하고 있었기에 HR과 관련된 많은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도 고민하게 되었으니까요. HR을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상황도 많이 발생하고, 정답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과 사람사이를 오가며 외교를 펼쳐야 할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시나리오 설정과 고민을 하면서 실제 상황 발생시에도 당황하지 않고 해결에 임하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사람이면 누구나 작심삼일(作心三日)의 함정에 빠지기 쉽지요. 또한 3과 10의 법칙처럼 저의 루틴을 지속하는 날이 거의 3의 배수가 될때마다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위기의 원인은 ‘속도’였습니다.
당시 제 기준으로 한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약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이 소요되었습니다. 미리 생각한 주제들중에서 하나를 고르고 난 후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제가 생각한 방향과는 전혀 다르게 펼쳐지는 일은 다반사였고, 용두사미는 일상이었습니다. 심지어 ‘과연 이런 글이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빠지기도 쉬웠습니다. 한시간반동안 글을 쓰면서도 머리속에서는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떠올랐죠.
머리속에서 생각하는 것과 글로 표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세계였습니다. 마치 머리속으로는 멋진 옷을 상상하기는 쉽지만, 재봉틀과 옷감을 가지고 옷을 만드는 것과 같았습니다. 모니터의 하얀 화면속에서 제가 입력하는 검은 문자들을 저의 생각에 맞게 정렬하는 것이 이리도 힘들줄은 몰랐습니다. 힘든 만큼 속도가 느려지고, 속도가 느려지는 만큼 어렵고 재미도 느끼기 어려울 때가 많았습니다.
이런 저의 상황을 공감해 주고, 힘을 주는 그림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단순한 그림이지만, 이 그림을 보자마자 눈물이 날뻔했습니다. 저는 지금 육면체를 힘겹게 굴리고 있는 단계였습니다. 한면 한면 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매일매일 굴릴수록 육면체는 점점 구(球)에 가까워집니다. 육면체일때보다 힘도 덜 들고 속도도 나게 됩니다.
그림을 보고 가만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매일매일의 변화는 느끼기 어려웠지만, 주단위로 보면 저의 글쓰기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속도의 미분값이 아직은 미약(?)하기에 저는 지치기 쉬웠던 것이었죠.
이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힘이 납니다. 저의 글쓰기는 아직 육면체의 모양을 하고는 있지만, 몇주전과 비교해 보면 모서리의 뾰족함이 많이 사라져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서의 ‘나를 바꾼 그림 하나’에 이어 ‘나에게 힘을 준 그림 하나’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두 그림을 출력해서 집에 있는 저의 조그만 책상앞에 붙여 놓았습니다. 천마디의 말보다, 그 어떤 미사여구 보다 이 두그림이 저에게 주는 메시지는 강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지탱시켜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