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철근콘크리트는 왜?라고 생각하시겠죠? 저의 옛날이야기 시리즈 중 1화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건설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신입사원 교육이 끝나고 바로 현장으로 투입이 되었습니다. 저의 첫 현장은 의정부의 한 아파트 현장이었습니다. 1,200세대 규모였는데요, 당시에는 나름 대단지였습니다.
당시 저의 스승님(지금은 유명 건설기업의 대표이사로 일하고 계십니다.)께서는 저에게 많은 배움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책상 앞에서 계산기만 두드리지 말고, 현장을 누비면서 많이 배우라고 하셨지요. 그래서 저는 저의 한 사번 선배인 건축 엔지니어와 함께 현장을 누빌 수 있었습니다.
저는 건설현장이 신기한 나머지 많은 질문을 했고, 선배는 저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선배는 저에게 신기한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인류 최고의 발견은 바로 철근과 콘크리트의 열팽창계수가 같다는 사실이야.
무슨 얘기지? 저는 차근차근 설명을 들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보는 건물들은 대부분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철근으로 뼈대를 만들고 시멘트가 주성분인 콘크리트를 부어서 굳히는 것이지요. 콘크리트에는 시멘트 외에 모래와 자갈을 같이 혼합합니다.
그런데, 밤과 낮, 계절의 변화에 따라 온도가 달라집니다. 철근과 콘크리트도 당연히 온도의 영향을 받습니다. 즉,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게 되지요. 그런데 뼈대인 철근과 근육과도 같은 콘크리트의 팽창과 수축의 비율(열팽창계수)이 다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건물을 떠 받치고 있는 기둥과 벽속에 빈 공간이 생기게 됩니다. 그럴수록 하중을 견디는 힘도 약해지게 됩니다. 철근과 콘크리트는 팽창과 수축을 하는 정도가 거의 완벽할 정도로 같기에 빈 공간이 생기지 않습니다.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건물이 몇백 년까지도 수명을 가져갈 수 있는 이유입니다.
저는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 중에서 회사와 구성원들 사이의 온도차를 최대한 줄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들과 회사의 열팽창계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사는 어떠한 정책을 수립하고 각 팀별로 해야 할 태스크를 부여합니다. 장기적인 태스크도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 갑자기 부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 전후사정과 맥락을 구성원들과 잘 공유하지 않게 되면 많은 오해가 쌓이기 쉽습니다. 물론 100% 공유를 하긴 어렵겠지만,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회사가 왜 이런 정책을 수립하고, 태스크를 부여하는지 리더는 전후사정과 맥락을 잘 알고 있습니다. 리더는 이 태스크를 다시 구성원들에게 잘게 나누어서 부여를 하지요. 그런데, 태스크 부여 시 아무런 전후사정과 맥락 없이 단순하게 ‘지시’만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구성원들은 내가 왜 이일을 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분명히 지난달만 하더라도 회사는 A라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는데, 이번달에는 갑자기 B라는 방향으로 가라고 합니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회사가 바보가 아닌 이상 다 이유가 있을 텐데요, 문제는 그 맥락을 리더만 알고 있게 되는 경우입니다.
‘꼰대’ 기업에서는 그저 시키는 일만 하면 됩니다. 딱 일한 만큼만 급여를 받고 일하면 됩니다. 성장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이런 기업이라면 굳이 일의 맥락을 구성원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에서,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구성원들 하나하나가 성장과 성취욕구가 큽니다. 회사의 성장과 더불어 자신의 성장도 추구하는 win-win을 추구하지요. 경영층도 물론 구성원들이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일의 전후사정과 맥락을 생략한 채 구성원들에게 ‘지시’만 하면 어떻게 될까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그리고 왜 가야 하는지를 아는 직원과 그저 지시하니까 일하는 직원의 차이는 큽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뱡향과 이유를 구성원들과 공유 안 하는 리더들입니다. 회사와 구성원들과의 열팽창계수가 달라지게 하는 것이지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두 가지 물질의 열팽창계수가 다르게 되면 빈 공간이 생기게 됩니다. 물질의 혼합보다 더 섬세하고 복잡한 회사와 구성원들과의 혼합에 빈 공간이 생기는 순간 균열이 시작될 것입니다.
회사와 구성원들의 혼합물질(?)을 대해서 온도차에 따른 열팽창계수를 완벽하게 맞추는 역할, 바로 회사의 리더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더는 그저 지시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회사와 구성원들이 얼라인(Align)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주역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