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에만 집중하면 '진실'을 알기 어렵습니다
안녕하세요?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는 Kay작가, 김우재입니다. 오늘은 제가 얼마 전 책을 읽다가 다시 한번 성찰하게 된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작은 이야기 두 개로 시작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먼저 옛날 영화의 한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아버지가 살인범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일단 주변 사람들부터 수사를 시작해야 하기에 형사는 아들부터 면담을 시작합니다. 아들은 형사 앞에서 대성통곡을 합니다. 면담을 하기도 힘들 정도로 말이지요. 이때 실수로 볼펜을 테이블 밑으로 떨어트립니다. 형사는 탁자 밑으로 고개를 숙이고 볼펜을 집으려는 찰나,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바로 아들의 다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방은 춥지 않았고, 절대 추워서 떠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형사는 이에 직감합니다. 범인은 바로 아들이라고 말이지요.
울면서 다리 떠는 것 봤냐?
왜 그럴까요? 사람의 표정, 행동, 신체반응은 당사자가 100% 컨트롤할 수 없습니다. 거짓말할 때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심장이 쿵쾅거립니다. 혈액의 흐름과 손바닥의 땀의 상태를 보고 거짓말 탐지기는 거짓을 판별해 냅니다. 아들의 상반신은 슬픔을 연기하였지만, 하반신은 형사와의 면담에서 거짓말을 해야 하는 압박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어떤 영화일까요? 바로 ‘공공의 적’입니다. 당시 형사 설경구는 다리를 심하게 떨면서 슬픔을 연기하는 이성재를 보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직감하고 결국 진실을 밝혀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한때 인터넷밈으로 회자되었던 짧은 동영상이 있습니다. 모 아이돌 걸그룹이 노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신나는 댄스곡이었기에 멤버들은 칼군무를 소화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한 멤버가 실수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넘어진 멤버를 보자마자 옆의 멤버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동작이 무너졌습니다. 본능적으로 걱정을 하며 뭔가 도움을 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멤버의 하반신은 이와는 관계없이 계속해서 댄스를 추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장면을 보고 사람들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따뜻한 상체와 자본주의 하체
위 두 가지 이야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사람의 마음은 숨길 수 없습니다.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표정, 신체의 동작, 땀, 혈액의 흐름 등이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인데요, 절대 사람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습니다. 본능을 거스르는 표정과 신체의 동작을 ‘짧게’ 연기할 뿐입니다. 대화를 하면서도 상대방이 나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지, 혹은 빨리 이 자리를 끝내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생각이 표정과 행동에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사람을 통해 성과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구성원과의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대면소통과 서면소통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서면소통은 문서인데요, 문서는 물론 아주 중요합니다만, 서면소통만을 중시한다면 문자뒤에 숨은 진짜 내용을 알기 어렵습니다. 진짜 내용은 바로 상대방의 표정과 행동에서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많은 조직에서 텍스트 소통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느낍니다. 대부분의 업무지시는 메일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즉각적인 지시나 업무협의는 메신저로 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문자와 숫자’를 매개로 소통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방의 진짜 태도와 의도, 즉 ‘마음’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더의 메시지 하나에 구성원들은 온갖 상상을 하고 시나리오를 씁니다. 상위리더일수록 리더의 텍스트 하나하나에 여러 가지 추측이 생깁니다. 듣기 좋은 말도 어떤 표정을 하고 말하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문장부호 하나에도 큰 의미를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리더는 공손한 문서나 메시지로는 구성원의 진짜 마음을 알기 어렵습니다. 언제나 서면으로 보고받는 리더 입장에서는 모든 일이 그저 잘 진행되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모든 일에 있어서 내용과 형식은 모두 중요합니다. 형식에만 치우친다면 ‘보여주기’가 되고, 내용에만 치우친다면 ‘형편없는 그릇에 담긴 고급 요리’가 됩니다. 저는 문서는 내용이고, 마음을 표현하는 표정과 행동은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형식이 필요합니다.
구성원들과 그저 ‘내용’만 가지고 소통하시나요? 혹시 구성원들의 진짜 ‘마음’과 일의 실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형식’에는 관심을 가져보셨는지요?
감사합니다.
Kay 작가(김우재) / 출간작가 / 리더십 / 조직문화
https://www.linkedin.com/in/kay-woojae/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그리고 컨설팅펌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으로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습니다.
★ '나는 팀장이다' (공저) / 플랜비디자인 2020년 / 7쇄 / 대만출간
★ hahahaHR.com, 네이퍼카페 "팀장클럽", 코치닷 정기 연재
★ 리더십 칼럼 기고: 대기업 내부 블로그, HR인사이트 등
★ 카카오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브런치)
★ 리더십 강의 진행: 러닝스푼즈, IT 스타트업, 국가기관 등
★ 글쓰기 모임 운영: 작심삼일 글쓰기, 두들린 체인지 스터디 ‘리더의 글쓰기’ 등
★ 다수의 기업 및 기관의 다양한 HR 프로젝트 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