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퇴사를 (당)하고 보니, 일단 많은 정보를 검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퇴사를 주제로 광폭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검색을 하다 보니 유난히 눈이 뜨이는 숫자가 있었습니다.
49.3세
거의 내 나이네. 무슨 의미일까? 클릭하고 기사를 읽어보니 뭐라 말할 수 없는 심경이 되었습니다. 49.3세는 2023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주직장 퇴사 연령이었습니다. 여기서 주직장이란 개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혹은 가장 오래 일한 직장을 말합니다. 물론 통계에 따라 49.3세가 아닌 자료도 많지만, 대부분 50세 언저리로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유력한 일간지들에서 인용하였으니 그래도 매우 공신력 있는 숫자라고 생각되긴 합니다.
49세가 직장인들의 평균 수명이구나…
씁쓸했습니다. 2023년 통계이니 그동안 증가했다고 해도 50세 언저리, 그냥 저와 제 친구들 나이였습니다. 직장인은 이렇게 직장에서 내몰리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사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저 뭐라도 되겠지, 퇴사압박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서든 자리를 찾아가면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해 왔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명치에 칼이 바로 들어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일단 칼을 맞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의 첫 직장은 대기업이었습니다. 입사당시만 해도 근속 20년, 30년이 흔했습니다. 큰 실책을 하거나 제 발로 나가지 않는 이상 정년 가까이 까지 다닐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스승님이셨던 부장님께서 억울한 일로 갑자기 반강제 퇴사를 하시게 되었습니다. 스승님은 퇴사 후 대기업은 아니지만 건실한 기업에 경력입사하셨습니다. 역량과 인품이 뛰어나신 분이기에 결국 CEO까지 올라가셨습니다. 얼마 전 스승님의 자제분 결혼식장에서 잠시 뵙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때 스승님께서는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생존이 제일 중요하다. 어떻게 해서든 생존해야 한다.
30년 근속도 흔하던 시기에 부장 직급에서 퇴사(당)하셨지만, 새로운 곳에서 정점에 오르신 스승님께서도 그럴싸하게 보이는 목표보다는 ‘생존’을 최우선으로 삼으셨던 것이지요. 스승님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습니다.
일단 생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