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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AI와의 만남

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by Kay

2024년 7월 기준으로 저 역시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AI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미 Chatgpt는 유료 이용자였으며, Chatgpt 내에 탑재된 DALL.E로 이미지도 생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전 스타트업 시절 동료들이었던 한 그룹이 퇴사 후 창업한 스타트업도 AI 이미지 제공 서비스를 하고 있었기에 나름 AI와는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AI 이용은 상당히 한정적이었습니다. 새롭게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AI로 생성된 이미지를 사용하는 곳은 제가 작성하는 글의 썸네일이나 일러스트에 사용할 뿐이었습니다. 당시 많은 방송에서 말하듯 실제 업무에서 AI를 활용한다는 것은 동화 속 이야기였습니다.



AI를 알긴 알았지만 피상적으로 알았던 저는 다급하게 강의 준비를 앞두고 발표용 슬라이드를 만드는 AI 서비스인 Gamma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해고 전 재직하던 상반기에 이미 몇몇 곳에서 강의를 했었고, 강의를 위한 슬라이드를 만들 때 Gamma를 이용했었으므로 나름 UX/UI에 익숙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강의는 저의 사이드잡이었고, 큰 부담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2회 차의 강사료가 저의 마지막 남은 소득이었습니다. 당장 취업이 될리는 만무했고, 이번 강의를 잘해서 다른 강의 기회를 잡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런 절박감 속에서 저는 Gamma와 함께 강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전체적인 기획안은 이미 저의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에 문서로 기획안을 작성했습니다. 이른바 강의의 ‘설계도’였습니다. 이 설계도를 Gamma에게 맡기면 강의 슬라이드의 초안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시작이 반 인 것처럼, 초안만 만들어도 일의 반입니다.



텍스트로만 작성한 것을 대략의 슬라이드(물론 생각한 만큼의 수준은 아니었지만)로 만들어 준 것만으로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습니다. 예전처럼 한 장, 한 장 파워포인트로 만들었다면 디자인에 취약한 저로서는 2시간의 강의 슬라이드를 만드는 데만 거의 하루가 걸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Gamma 가 있기에 저는 작업속도를 4배 정도 빠르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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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AI를 그저 신기해서, 혹은 언젠가 사용하기 위해서 이용해 왔다면, 이제는 강제로 1인 프리랜서가 된 저를 도와주는 유일한 동료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5년 11월 기준으로 저는 당시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은 AI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젠 이들이 없다면 저는 아직도 엑셀과 파워포인트만 만지작 거리는 시니어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시 AI가 천군만마라고 한다면 지금의 AI는 저에게 와룡, 봉추 그 이상입니다.


그 시작이 있었기에 저는 '진짜' AI와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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