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만 하지 말고 결정을 하세요
회사생활에서 많이 겪으셨을 테지만, 열심히 결재서류를 만들어 올렸는데 결정은 나지도 않고 시간만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의 제 글 : 사무실에서 만나는 발효 식품의 달인 이란 글과 맥락은 같습니다. ^^
조직에서는 수없이 많은 결정사항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직 구성원들은 하루에도 많은 의사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전결규정에는 각 직위별로 의사결정의 권한 등급이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나의 상급자에게 결정을 바랄 때는 결재서류를 만들어서 올리게 됩니다. 내가 하는 일이지만, 일을 하기 위해서는 상사의 결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이 커질수록, 중요할수록 더 윗 상사들에게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여기에서 비극이 발생합니다.
열심히 결재서류를 만들어서 의사결정을 해달라고 상사에게 요청합니다. 그 상사는 일 자체만 보지 않습니다.
미생의 유명한 대사 기억나시나요? “비리를 걷어내고 나면 사업 자체는 참 매력 있지 않습니까?”
비슷한 논리로 일 자체만 볼 때는 참으로 좋은 면이 많지만, 상사의 입장에서는 일 외에도 많은 것을 고려하게 됩니다. 사내 정치 등 많은 고려 해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실무자는 답답합니다. 누가 봐도 좋은 일이고, 빨리 해야 하는데, 상사는 바로 결정을 내려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결정을 내려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 상사는 죄의식을 느낄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서 두 번째의 비극이 발생합니다.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에 대해서 상사는 실무자에게 미안해하거나, 일을 태만히 하고 있다는 의식이 별로 없습니다. 왜? 결정을 안 한 것이 아니라, 잠시 보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사의 역할 중에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자로서의 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상황을 봐야 하기 때문에 신중함을 기하기 위해서 “잠시 보류" 하였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잠시 보류하였기 때문에 절대 일을 태만히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신중함을 기하였으니 더 훌륭한 상사가 아닐까라는 착각까지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의사결정의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일의 성과가 낮게 나올 가능성이 더 많아졌겠지요.
상사는 의사결정에 있어서 O, X 만 생각하였지만,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아 더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 도 있습니다. 상사 본인은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기 위한 과정이라고 변명할지도 모르지만, 이미 O, X 대신 △라는 결정을 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본인이 결정하지 않았다고 핑계를 대면 안됩니다 결정을 안 한 것 자체가 이미 결정입니다 결정을 안 했기 때문에 시기를 놓쳤고, 이제 와서 O든지 X든지 결정을 해봤자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라면을 먹기 위해 물을 끓이고 있습니다. 매운 라면을 먹을지 짜장라면을 먹을지 결정을 못하고 있습니다. 결정을 못하고 있다가 끓고 있던 물은 다 증발하게 됩니다. 그때 가서 라면을 선택하게 되면 아무 라면도 먹지 못하는 결과가 생기는 것입니다.
결정을 안 하고 미루는 것도 결정입니다. 결정을 안한 것에 대한 결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책을 보다가 비슷한 맥락의 글을 보았기에 말미에 소개를 드립니다.
데이빈 가빈(하버드大 경영 행정학과 교수)과 마이클 로베르토(미국 로드아일랜드 브라이언트大 경영학과 교수)의 설득을 통한 변화(Change Through Persuasion)란 글에서 조직에서 진행 중인 변화를 멈추게 하는 여섯 가지 나쁜 것들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분석 마비 (Analysis Paralysis)란 표현이 있습니다. 이는 조직에서 명확하게 행동하는 방법을 정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직원들은 지속적으로 보고서를 생산해 내지만 관리자들은 최종 결정은 하지 않은 채로 그들의 선택들을 조율하면서 각각의 제안과 보고서들만 서툴게 만지작거리게만 된다는 내용입니다. 실수 한 번에 커리어를 망치게 되는 완벽주의 문화에서 흔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기업문화에서도 아주 많이 발생합니다.
관리자들의 입장도 상당히 공감은 합니다만, 그런 행동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큽니다.
다음 기회에 이러한 선택과 의사결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