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공룡 둘리

"호의"를 "호이!!"로 만들지 마세요

by Kay

어느 순간 코를 만져보면 뿔이 솟아 나와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뭐지? 왜 코에 뿔이 생겼지?


그리고 몸을 바라보니 미끈한 녹색 피부로 변해 있습니다.


뭐지? 내가 갑자기 파충류라도 된 건가?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네 그렇습니다. 당신은 "어른 공룡 둘리"가 되었습니다. ㅠㅠ


왜 갑자기 "둘리"가 되었을까요?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둘리 박물관.jpg 누굴까요? (출처 : 도봉구 둘리 뮤지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모든 일에는 절차와 규정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주민센터에 가서 등본을 발급받으려 할 때는 신청서를 쓰고 신분증을 제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용을 지불하죠.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살 때는 상품을 고르고 비용을 지불합니다. 그리고 불량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 A/S 등 각종 내용도 같이 파악해야 합니다.


회사는 어떤가요? 개인 복지를 위한 서류를 발급받거나 혹은 부서 간 업무 협업을 위해서는 회사가 규정한 절차대로 진행을 해야 합니다. 무턱대고 담당자에게 해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최소한 신청서 내지는 업무협조 전을 작성해야 하지요.


하지만, 가끔 아삽(ASAP : As Soon As Possible) 한 일이 발생하거나, 그 외 특수한 상황에서는 담당자의 재량껏 절차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일단 발급을 먼저 해주고, 신청서를 나중에 받는 등 담당자는 최대한 호의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순간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흔히 말하는 "호구"가 되면 다음과 같은 일들이 발생합니다.


1. 김대리님. 저번에도 그냥 간단하게 해주셨잖아요. 이번에도 부탁드릴게요^^

2. 김대리님. OO부서 박 대리에게는 간단하게 발급해 주셨다면서요. 저도 그렇게 좀 해주세요^^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요?


1. 호의를 받은 사실을 전혀 고마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특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2. 심지어 자신의 인맥이나 업무처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착각까지 합니다.

3. 자신의 특권을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4. 결국 담당자는 누구에게는 잘해주고, 누구에게는 잘 못해주는 차별을 일삼는 나쁜 사람이 됩니다.


결국 당신의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이 아니라, "호이!!"를 외치는 "어른 공룡 둘리"가 돼버린 것입니다.


이른바 잘 해주고 나쁜 사람이 되는 거죠. 많이들 경험하셨을 겁니다.

이를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습니다. 규정을 칼처럼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실에서는 꼭 그렇게 하는 게 쉽지만은 않지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나를 "둘리"로 만드는 사람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둘리"로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절대 악의를 가지진 않았지만 타인에게는 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마치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위험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죠.


담당자의 "호의"를 절대 "호이!!"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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