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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경덕 Jun 16. 2020

매미나방 디스토피아




전국 곳곳에서 매미나방 유충 ‘창궐’
지난 겨울 이상 고온으로 개체수 증가… 산림과 과수에 큰 피해 입혀
(기후변화가 불러온 ‘매미나방의 습격’  | 경향신문 주영재 기자)


매미나방 유충의 기승으로 살림이 초토화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얼마 전에 북한산 둘레길을 걸을 때 송충이 같은 것들이 드글거리는 현장을 목격하고 이게 뭔 일인가 싶었는데 그 배경을 말해준다는 점에서는 반가웠다.    


추운 겨울에는 알 단계에서 많이 폐사하지만, 올해는 지난 겨울철 이상 고온으로 죽지 않고 부화한 애벌레들이 많아지면서 경기와 강원, 충북까지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산과 치악산 등 국립공원에도 떼로 출현해 등산객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있다. (같은 기사)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기후 변화 때문이고,  지난 겨울에 충분히 죽지 않은 유충들이 대량 생존, 번식하게 된 것이다. 유충 입장에서는 쾌제를 부를 일이다. 빙하기가 지나고 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대륙을 점령하고 지구를 갉아먹으며 엄청난 양의 똥과 폐기물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이제 매미나방 유충이 기후변화를 기점으로 새로운 강자로 등장할 것이라고, 티벳의 한 예언자가 말했다. 유튜버로 활동하는 티벳 예언자는 13세이고 구독자가 98명이었지만 매미나방 뉴스가 보도된 이후로 구독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예언 영상은 조회수가 520만을 넘어가고 있다.    


독나방과에 속하는 매미나방은 산림과 과수에 피해를 주는데 유충 한 마리가 번데기가 될 때까지 700~1800㎠의 잎을 갉아먹는다. 알은 4월부터 깨어나 45~66일 동안 애벌레로 지내면서 잎을 먹어치운다. 애벌레 초기엔 거미줄에 매달렸다 바람에 날려 이동하기도 한다. 떼로 몰려 있으면 사각대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리고, 잎을 먹고 싸는 똥의 양도 만만치 않다. 6월 중순에서 7월 초순 사이에 나뭇잎을 말고 번데기가 되는데, 15일이 지나면 나방이 된다. (같은 기사)


대량 생존한 유충들은 곧 나뭇잎을 말고 번데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15일 후에 나방이 되어 도시와 마을로 내려올 것이다. 날개를 단 유충은 엉금 엉금 기어다니거나 거미줄에 매달려 이동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이동 능력으로 어디든 날아다니다가 태연한 얼굴로 우리 집 거실 창문을 두드릴 수도 있다. 엄청난 식성으로 열매와 잎을 갉아먹으며 농가를 초토화시킬 것이다. 매미나방이 사람 피부에 닿으면 발진과 피부염을 일으킨다. 여름에도 긴 팔을 입고 다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깝깝하다.     

 

이상기후가 계속된다면 해충의 창궐은 해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 (같은 기사)  

  

좀비만 창궐하는 게 아니다. 바이러스와 유충, 알 수 없는 온갖 비인간 생명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좀비보다 집요하게 창궐할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곧 유충과 매미나방과의 전쟁을 선포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공 살충제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서야 할지도 모른다.   

  

티벳 예언자의 최근 영상 제목은 2021년 외계인의 습격이다.

하반기의 자기계발 트렌드는 SF소설 읽기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 이 글은 소설이다. 하지만 사실이기도 하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매미나방의 습격’>  원문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006131211001&code=9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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