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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알아서 제가 피하겠습니다

by 가릉빈가

코로나19에 몇 년을 집안에서 뒹굴거리다 보니 그렇게 찌라고 노력해도 안 찌던 살이 결국 쪘다. 그리고 한 번 찐 살을 뺀다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은 일이란 것도 이번에 깨달았다. 코로나19가 마무리(?) 된 지도 꽤 되었건만 온갖 게으름과 귀찮음을 결국 몇 년 만에 이기고 또 이겨서 결국 집 근처의 댄스학원에 등록했다.


이건 예상외의 결과긴 했다. 처음엔 요가를 배울까도 고민해 봤으나 속 터져서 못하지 않을까 싶었고, 피트니스 센터를 갈까도 생각했지만 1:1 피티를 받는 것도 영 부담스럽기도 하고, 애초에 그런 계열하고 친하지 않다 보니 이래저래 고민한 결과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위치한 가까운 댄스학원이 당첨됐다.


몸치란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나 내 생활이 어느 순간부터 앉아만 있고, 운동은 숨쉬기 운동만 한 기간이 너무 길어졌더니 통나무도 이런 통나무가 없더라. 더군다나 아이돌 음악 같은 것은 듣고 살지도 않은 터라 정말 신세계였다. 하지만 그건 별다르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내가 이걸 직업으로 삼으면 문제겠으나 어차피 일주일에 한두 번 스트레스도 풀 겸 새로운 세계의 맞이는 나름 즐거운 일이었다.


다만 함께 하는 사람이 문제였다. 유독 한 사람이 언제나 수업이 한 10분 지나고 나서부터는 "그만해요, 어려워요, 좀 일찍 끝내요, 좀 쉬어요, 안 해도 돼요, 조금만 해요" 하면서 기운 빠지는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내가 못 추는 게 문제인 것이지 더 많은 것을 배웠으면 했다. 정해진 50분이란 시간 동안 최대한 강사가 많은 것을 알려주고, 보여줬음 하는 사람인데 옆에서 계속해서 그만하자는 투정을 부리니 사실 못마땅했다. 강사는 그래도 자신의 소임을 다 하기 위해서 어르고 달래면서 꾸역꾸역 그 50분을 다 채우긴 했다. 그런 점에선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이 그런 식으로 반응하면 뜨거운 열정도 식는 법이고, 가르쳐줄 것도 덜 가르쳐주게 된다. 그런 반응이 절대로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툴툴거리면 불성실할 것도 같은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1년 가까이 한 번도 안 빠지고 수강 중이란다. 그리고 옆에서 보니 나름 춤을 습득하는 속도도 빨랐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나온 결론은 그 사람의 '말버릇'인 셈이다. 본인은 나름 빠르게 습득했고, 더 출 필요가 없는데 계속 똑같은 춤을 반복하니까 어쩌면 짜증이 날 수도 있겠다 싶고, 그 표현이 툴툴거림으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다만 본인만 빠르게 익힌 거지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버벅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1:1 레슨이 아닌 이상 타인의 속도도 어느 정도 고려해 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학생도 아닌 성인이 본인의 의지로 배우면서 툴툴거리는 타인의 소리까지 듣고 싶지는 않았다. 그나마 좀 건강해져 보려고 한 공간에서까지 부정적인 반응과 표현을 옆에 두고 싶지 않았다. 나는 서로 으쌰으쌰 하는 곳이 성향에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바꿀 수 없다면 내가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서 이번 달로 그 학원은 등록하지 않기로 맘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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