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몽사몽 일어나 습관처럼 핸드폰을 쥐었는데 카톡에 뜬 알림 메시지에 일순간 정신이 들었다. 부고소식이었다. 그것도 당사자의 배우자가 보낸 것이었다. 내 카톡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이 세상을 뜨게 되면서 그 배우자가 대신 보낸 것이었다. 이번에 소천한 사람과의 연은 지극히 짧다. 얼굴 한 번 못 본 사이다. 주변의 소개로 자문을 해 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관계된 사람이었다. 짧은 통화 1~2번에 카톡 메시지 몇 번이 전부였고, 그 이후에는 당연히 연이 없었다. 그러니 이 사람과 나의 관계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지도 모르겠으나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첫째, 어느 누가 됐든 부고소식이 기분 좋을 리 없으며, 둘째, 이 사람의 나이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태어난 순서는 있어도 떠나는 순서는 없다는 말을 인정하는 바 그것에 토를 달 생각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요즘의 부고소식의 당사자의 연령대가 80~90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른 편이었다. 나이가 아무리 먹어도 초상난 것이 좋을 리는 없겠다만 그래도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어느 정도 살다 가신 분과 이렇게 다소 황망하게 이른 나이의 사망 소식은 분명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올해 나의 해는 이런 해인 것 같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해. 작년까지만 해도 모든 부고소식은 내 지인의 부모, 친척이었으나 올해부터 내가 아는 사람들이 온전하게 세상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그것도 다소 이른 나이에. 부고소식을 받게 될 것이란 걸 꿈에도 생각 못하는 나이의 사람들이.
올해 봄에 오빠의 친구이자 나하고도 친구인 사람의 부고소식이었다. 점심 먹다가 오빠에게 받은 부고 소식에 오히려 어이가 없어서 “보이스피싱 해? 이런 장난하지 마.”라고까지 했다. 그 정도로 부고소식 자체가 말이 안 됐다. 지방으로 이사를 하면서 나하곤 연락이 거의 끊기긴 했으나 오빠하고는 간혹 연락이 됐던 모양인데, 병으로 인하여 세상을 뜬 건 오빠도 부고소식을 통해서 알았단다. 당사자 본인이 아프다는 걸 말하지 않으니 몰랐고, 오빠도 근간에 안부인사를 할까 하다가 바빠서 기회를 놓쳤는데, 생뚱맞게 온 부고소식에 도리어 제 자신에게 화가 난 모양이었다. 생각나는 그때 연락했으면 병원 면회라도 갔을 건데 기회를 놓쳤다고. 그리고 그걸 나에게도 전달해 준 것이다. 정말 밥 먹다가 받은 부고소식에 음식을 앞에 두고 엉엉 울었다.
또 여름에는 친척 중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떴다. 당연히 예상 못한 죽음이었다. 이것 또한 점심시간쯤에 받았다. 일순간 닥쳐온 죽음은 막을 길이 없고, 더군다나 국내도 아닌 외국에서 장례를 치러야 했기 때문에 비행기표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며칠이고 자리를 비워야 하니 펑펑 울면서도 머리와 손은 빠르게 빠르게 내가 해야 할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웃기게도 나는 새벽에 그 친척을 위해서 선물 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비싸고 좋은 가죽 지갑을 선물해 주려고 인터넷을 몇 시간이나 뒤지고 있었다. 그리고 채 12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받은 그 친척의 부고소식에 할 말도 없고, 친척의 사망 나이에는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올해가 거의 다 마무리되는 쯤에서 받은 안다고 하기에도 조금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연이 있는 사람의 이른 죽음에 잠시 잠깐 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다.
가뜩이나 나 역시 작년과 올해 생과 사를 넘나들고 있는 상황에서 주변의 죽음이 어느 때보다도 짙게 드리운다. 나의 죽음은 생각했어도 타인의 죽음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렇다 할 소리도 없이 성큼 다가와서는 그대로 앗아가 사라져 버렸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뭐랄까 올해부터 시작되었다란 생각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당연하듯 세상에 존재할 것이라 의심하지 않은 건 이제 오만으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