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가릉빈가

술 한 모금을 목구멍으로 넘긴다.

그것은 또 다른 자해 행위이다.


이미 갈기갈기 찢어질 대로 찢어진 내장이

다시 한 번 쓰라린 염증을 토해낸다.


혈액 알알이 녹아 들어가는 알코올은

그 어떠한 것도 마비시키지 못한다.


확실하게 뿌리부터 파괴하려는 본능만으로

살점을 잡아 뜯어 삼킨다.


술을 의지하여 잠이 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알코올이 잡아 뜯어대는 것은 비단 육체만이 아니기에.


술은 상념으로 인도한다.

술을 마신 날은 잠들 수 없다.


흐릿할 것 같은 의식은 또 다른 의식을 불러 깨우고,

그리고 원치 않은 향연이 시작된다.


빗물이 아스팔트로 하강할 때,

서서히 자취를 감추듯이

이곳저곳 구멍난 곳이 정확히 묻어난다.


꽉 차 보이는 듯한 세계는 끈적한 액체에 의해

그 허상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다.


숨겨져 있던 곳으로 들어간 액체가 출렁거린다.

그리고 그 출렁거림으로 인해서 그 폭과 깊이를 가늠케 한다.


난 그 출렁거림을 이기지 못하고,

또 다시 술 한 모금을 목 뒤로 드리 밀어버리고


몸 속의 새빨간 피가 요동을 치고,

짙은 숨은 그 모든 것을 애써 무시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정빙(整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