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승훈의 <I love you> 곡에서 언제라도 내가 보고 싶을 때에는 마음의 손 끝이 닿는 곳에 라는 가사가 있다. 이것을 우연히 친구랑 같이 듣다가 가사의 완곡법에 순간 놀라다. 친구가 뭐가 그렇게 놀랄만하냐고 되묻기에 "전화해"라는 소리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마음의 손 끝이 닿는 곳에라는 건 결국 보고 싶을 때면 언제라도 좋으니 전화하라는 소리다.
2. 중학교 때부터 친구랑 매일 밤마다 1~2시간씩 통화하기 시작하다. 매일 학교에서 지긋지긋하게 보고, 만날 찰싹 붙어다니는 베스트 프렌드였는데 전화에선 또 뭔 할 이야기가 그리 많았는지. 대부분 시시콜콜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기억나는 건 채 반도 안 된다. 하지만 전화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다. 그것은 4~5년 동안 계속 지속되었는데 현재까지 유일무이한 전적. 아마 평생 갱신되지 못하는 기록일지도 모른다.
3.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는 대부분 2가지 경우다. 하나는 관심이 없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상대방의 주변에 전화(핸드폰)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다. 그 외의 경우도 물론 존재하기는 하나 발생확률은 적기 때문에 대부분 핑계일 확률이 높다.
4. 핸드폰의 세계에 참여하는 데 상당히 늦다. 그것은 핸드폰이 분명 족쇄로 작용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거수 일투족 감시가 가능하고, 혼자 있을 시간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그 말은 내가 핸드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핸드폰이 나를 지배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태까지 그런 거 없어도 잘만 살아왔다. 허나 이모가 핸드폰을 바꾸면서 쓰지 않는 핸드폰을 나에게 쥐어주다.
5. 내가 처음 사용한 핸드폰은 UTO. 현재까지 총 지켜봤을 때 가장 맘에 드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을 뿐 아니라 나다운 핸드폰이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하기 시작하다. 웬만하면 내 번호를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지 않았고, 무척 친하거나 필히 연락이 닿아야하는 상대가 아니면 타인의 번호를 저장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을 제외하면 한 동안 채 10명의 번호도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그것을 본 내 대학 동기가 곤란하게 웃으면서 "어떤 의미에서 너답다."
6. 전화할 때의 목소리가 예쁘거나 부드럽고 편안한 목소리의 소유자를 알고 있는가? 그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예쁘고 곱다는 것의 반증이다. 내 전화 목소리는 시간대에 따라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이 이렇게 나뉘어져 있는 것일까?
7. 익숙치 않은 존재로 인해서 약 1년 가까이 자주 집에 핸드폰을 놓고 다니다. 이런 상황이 될 때면 친구들이 약속 장소 및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서 도서관 게시판에다가 대문짝만한 메모지를 붙여 놓곤 했다. 익숙치 않은 사용은 핸드폰을 구석에 처박아 두기 일쑤. 그 덕분에 전원 꺼진 채로 며칠을 가기도 했다. 전화하면 해라, 문자하면 해라, 난 나대로 살란다... 핸드폰에 대한 그 때의 모토.
8. 핸드폰이 카운셀링의 터가 되다. 핸드폰으로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자정이고 새벽이고 언제든 상관 없이 울려대는 벨소리. 대부분 연애 상담이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들어주는 편이었다.
9.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내 번호를 알려주는 걸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잘도 내 번호를 알아서 연락을 해 온다. ... ...미스테리다.
10.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잘 하는 말 "그 애들이 시간도 관계 없이 그 새벽에 전화하는데 네가 만약 그런 식으로 전화하면 그 애들이 받을까?" 그럼 내 대답은 언제나 같다. "안 받을 걸?" 그럼 주변의 성토가 이어진다. 몇 년 째 여러 사람한테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사로이 생각한다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섭섭하고 아쉬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내가 정말 힘들었을 때 연락할 수 있느냐다.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내가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곤란한 상황에서 전화를 할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존재하느냐와 그 누군가가 제 때에 연락이 닿을 수 있느냐의 가능성이다.
11. 문자는 감정의 단편성이고 사실을 전달해 오지만 전화는 감정의 다양성과 진실을 전달한다. 상대방의 목소리와 어조, 말투, 분위기에 따라서 농담과 진담이 구분이 가능하다. 모든 사람들과 그렇게 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나 전화를 통해서 서로의 유대감은 더욱더 끈끈하게 다져놓을 수 있다.
12.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인해서 6개월 넘게 핸드폰 사용 중단. 핸드폰 없음 = 인간관계 자연스레 정리.
허나 꼭 연락해야할 사람에게는 가족 핸드폰을 빌려서라도 연락했다. 가끔씩 예상하지 못하게 전화는 솔직하게 상대방과의 거리감을 드러내주기도 한다.
13. 점점 친밀해져가는 핸드폰에 의해서 집착만 늘어나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예전같은 모토로 돌아가는 건... 자살행위다.
14. 전화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체감온도를 따지자면 문자보다는 전화가 훨씬 더 높지만, 어쩔 땐 전화만으로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상대방의 실체 중 하나인 목소리를 통해서 상대방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지만, 전화에서는 정작 중요한 눈으로 확인 가능한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15. 핸드폰이 없으면 살기 힘들어지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뿐만 아니라 각종 중요한 세미나 정보를 비롯한 휴강 여부, 강의실 변경 여부 등등 알 수 있는 게 없어졌다. 시시각각 변해오는 정보에 대해서 핸드폰 의외의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핸드폰이 없다는 건 잠옷 입고서 회사에 나가는 것과 같다.
16. 이 모양 저 모양, 이 이유 저 이유를 대면서 핸드폰의 불빛은 24시간 항상 깜빡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