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3

by 가릉빈가

비단 고통(苦痛)을 이끌어내기 위한 건 아니다.

처음부터 그러할 생각은 없었고

그저 어쩌다보니 아니 필연적으로 이끌어지는 것이다.

몽롱한 감각과 의식

아무래도 좋을 것 같은 그런 둥둥함이 좋다.


살짝 마비되는 그 느낌은 충분히 쾌락으로 인도하기에 좋고

자포자기하게 만드는 것에도 일가견이 있다.


순간 아무런 이유도 없이 피식 웃게 되고

이때만큼은 망가진다 해도 용서받을 것 같다.


몸을 이루는 세포 알알이 다 부유(浮游)하고

나의 상념은 차원을 넘어서 진행되고


그것을 막는 유일한 장애물은 고통이다.

한계(限界)에서 한계를 다다른 걸쭉하게 응어리진 내장이

그걸 허용할 리 없다.


비상을 꿈꾸던 허절한 꿈은 무너지고

비참한 현실만이 눈 앞에 떨어진다.


신음소리조차 용납하지 않는 지금에 낙마(落馬)하고

나는 마치 기어가는 심정으로 애끓게 찾게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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