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꿈은 한 번에 이어지기도 하지만 마치 드라마 에피소드마냥 제각각 튀기도 한다. 이번에 꾼 꿈이 딱 그러했는데 한 3가지 꿈을 꾼 듯하다. 근데 마지막 꿈이 참 요상하다.
마지막 꿈은 내가 대학시절로 돌아가 있더라. 꿈 속에서의 나는 이미 내가 대학을 졸업을 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무슨 이유였는지 학부수업을 들었어야 했나 보다. 언제 신청했는지 모르는 시간표가 내 손에 쥐어져 있었고, 잘 알지도 못하는 처음 보는 애에게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한다고 했다. 그 와중에 강의실이 어딘지 몰라서 순간 헤매기까지 했다. 내가 학부시절에 몇 시에 무슨 강의를 들어야했는지는 알고 있었는데 이따금 강의실이 어딘지 확인도 안 하고 학교부터 무턱대고 가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꿈에서조차 그러고 있더라.
강의실은 401호였다. 계단 게시판에 사회정치경제학의 강의실이 변경됐다는 공지문을 보고서 빠르게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숨이 턱끝까지 찰 무렵에 강의실에 들어서니 갑자기 시야가 포토샵을 너무 해서 뭉개진 것마냥 보인다. 그런 와중에 내 학부시절 남자동기 2명이 날 무심하게 쳐다봤다. 속으로 남자동기 중 한 명의 이름을 읊조리며 자리를 잡으려니 뒷자리에는 거의 가방이며 필통으로 자리가 있음을 표시해놨다. 그럼에도 뒷자리에 널널한 자리를 찾기 위해 더 들어가니 익숙한 동기 얼굴이 보인다. 그 친구 얼굴이 보이면서 주변에 여러 명이 보이는데 하나 같이 다 내 동기들이다. 뿌옇하면서도 밝아서 마치 영상을 덧대어 놓은 것 같은 모습이라 아무리 봐도 얼굴은 내 동기들인데 내 동기인 것 같지가 않다. 나는 이미 대학을 졸업했음을 인지했기 때문에 얘네들이 왜 여기에 있을까란 의문점과 함께 내가 내뱉은 말은 "혹시 얼굴이 비슷한데 내 머릿 속 기억으로 네들의 얼굴이 이렇게 보이는 걸까?" 였다. 일렁일렁 거리는 내 시야 속에서 내 동기 얼굴들이 정확하게 비친다.
근데 참 웃긴 것이 그 꿈 속에서 보인 약 10명 가량의 사람들 중에 친한 애는 딱 한 명이었다. 나머지 애들은 나하고는 대학 다니던 그 시절에 딱히 무언가 대단하게 대화를 섞어보지도 않은 사이였다. 네가 내 동기구나... 라고 서로 알뿐이지 더는 없는 사이. 심지어 얼굴은 기억하나 이름까지 기억하는 애는 그 중의 반도 안 된다. 심지어 그 얼굴이 보인 애 중에는 날 썩 좋아하지 않음을 티냈던 애조차 있었다. 한마디로 연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애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그 꿈 속에서 뭐가 그렇게 반가운지 울먹이면서 그 애들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는 것이다. 분명 내가 졸업한 것을 알고 있는데도, 그 동기들이 더 이상 그때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심지어 나하고 친하지도 않았던 동기들이건만 나는 그 동기들을 만나는 그 상황이 너무 좋고 반가워서 눈물이 뚝뚝 흐르다 못해 줄줄 흘리면서 반가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물론 그 꿈속에서 나온 동기들은 이런 날 이상하게 쳐다만 봤다.
그리고서 꿈에서 깼는데... 도대체 무의식이란 것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잠재하고 있는지 감탄할 뿐이다. 친하지도 않고,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이걸 쓰는 시점에선 그 꿈속에서 나왔던 애들 얼굴조차 가물가물하건만 그 꿈속에서 어쩜 그렇게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 더군다나 안 친했다! 그럼에도 그렇게 혼자서 반가움의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심리인 걸까?
그냥 학부시절의 그리움인 걸까. 그 시절의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의식해서는 기억도 못할 친하지 않았던 동기들의 얼굴까지 떠오르게 해서 꿈을 꾸게 한 걸까. 그 꿈 속에서 펑펑 울 정도로 반가웠던 건 내 동기들이었을까, 그 시절의 나였을까. 아니면 그저 그 시절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