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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Mar 05. 2020

[서양미술사] - 에른스트 곰브리치

곰브리치의 '모더니즘의 승리'

책소개) [서양미술사(The Story of Art)], 에른스트 곰브리치, 1950.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 <서론 - 미술과 미술가들에 관하여> 중

곰브리치는 추상적인 '미술'이라는 '지적인 유희'는 속물근성이라고 본다. 단지 세계를 편견 없이 '제대로' 표현하는 그릇으로서 '미술가들'이 있다는 전제로 건축, 회화, 조각 등 예술 '이야기(Story)'를 시작한다.

"위대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 제일 큰 장애물은 개인적인 습관과 편견을 버리려고 하지 않는 태도이다."
- <서론> 중

사람들은 자신이 보는 세계가 '제대로'라고 판단한다. 물론 이 '제대로'는 선사-고대-중세-근대-현대의 각 시대마다 기준이 다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대체로 그들이 존재한다고 '알았던' 것을 그렸고, 그리스인들은 그들이 '본' 것을 그린 반면에 중세의 미술가들은 그들이 '느낀' 것을 그림 속에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8장 <혼돈기의 서양 미술 - 6세기부터 11세기까지 : 유럽>)처럼.

"미술사 책에서는 대개 조토와 더불어 새로운 장을 시작... 천년동안 이와 같은 것이 만들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조토는 평면에서 깊이감을 느끼게 하는 기술을 재발견한 것이다."
- 10장 <교회의 승리 - 13세기> 중

15세기 르네상스를 앞서 예고했던 13~14세기 피렌체 화가 조토 디 본도네처럼 미술가는 당대 사람들이 보는 유행과 같은 '제대로'를 혁신한다. 그러므로 곰브리치에게 "미술사는 미술가들의 역사"가 된다. 또한 그는 '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등 '예술사조'를 심각하게 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비평가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은 이미 너무나 많은 상이한 문맥 속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그 정확한 의미를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 <서론> 중

곰브리치는 "어떤 유행의 표본으로서만 흥미있는 작품"들은 배제하고 "진정으로 훌륭한 작품"들을 선정했다고 초판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데, 이 '진정한 작품'이란 세계를 '제대로' 표현하려는 미술가들의 노력을 대중들이 '편견' 없이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의미한다.
한편 일반 대중들이 해당 작품을 각 시대의 '유행'에 따라 구분하고 그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예술사조'에 따른 분류도 필요하다. 그러나 곰브리치는 '예술사조'를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
'예술사'에서 엥겔스는 '리얼리즘의 승리'를, 하우저는 '낭만주의 흐름'을 강조하는 반면, 곰브리치가 '모더니즘의 승리'로 [서양미술사]를 끝맺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데, 20세기 초반 격렬했던 '~주의' 이후 나타난 '모더니즘' 자체가 그 무어라 규정하기 힘든 '예술사조'이기 때문이다.

'미술사(History)'보다 '미술가들' 중심으로 '미술 이야기(Story)'를 풀어가는 곰브리치는 [서양미술사]를 '끝이 없는 이야기(28장)'로서 '모더니즘의 승리'로 결론짓기 전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미술의 운명을 좌우하는" 대중의 역할을 언급한다.

"결국 우리는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형태와 색채가 '제대로' 될 때까지 그것을 조화시키는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드물기는 하지만 어중간한 해결방식에 머물지 않고 모든 안이한 효과와 피상적인 성공을 뛰어넘어 진정한 작품을 제작하는데 따르는 노고와 고뇌를 기꺼이 감내하는 뛰어난 남녀들이다. 미술가는 계속해서 태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미술이 존재할 것인지 아닌지는 적지 않게 우리들 자신, 즉 일반 대중의 태도에 달려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갖느냐 아니냐에 따라, 편견을 갖느냐 이해심을 갖느냐에 따라 미술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전통의 흐름이 끊이지 않게 하고 미술가가 과거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이 미술이라는 보물에 귀중한 것을 하나 더 보탤 수 있게 하는 것도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 27장 <실험적 미술 - 20세기 전반기>

결국, 미술가들이 미술을 혁신한다면, 예술을 완성하는 것은 다수 대중이다.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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