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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Mar 15. 2020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박민규

'1할2푼5리'의 승률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125' 승률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 박민규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에서의 ‘프로 의미
 
 
네가 어떤 위치에 있든, 어떤 상황에 있든, 최선을 다해! 그게 프로야!”
 
선발로 출전하고 싶다는 투수에게 프로 야구 감독은 말한다.  선수는 처음부터 선발로  생각도 없었고, 당장 프로 야구단은 만들어야 하는데 마땅한 왼손잡이 투수가 없어 후보로 채용했던 선수다. 이름은 감사용. 국가대표 출신 선수   없는데다 그나마   되는 투수들의 전력보강을 위해 이미  게임의 마지막에 ‘설거지용으로 내보내는 패전투수.    되는 프로야구 경력에서 패전투수로서의 자신의 위치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나머지 통산 1승만을 기록했던 전혀 ‘프로답지 않은 프로 야구 투수가 ‘프로 판치는 2004년의 한국에서  다른 ‘프로 세계인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미 수교 100주년 기념 정상회담이 있었던 1982년은 <Sexy music>이라는 ‘ 하나의히트곡을 가진 ‘놀란스(The Nolans)’라는 여성 4인조 댄스그룹이 내한공연을  해이며  지역을 연고로 하여 프로 야구팀이 창단된 해이기도 하다. 신군부의 소위 ‘3S 정책’-Sex, Screen, Sports-  사회에 씨앗을 뿌리던  ,  사회 구성원들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억압된 욕망을 섹스와 영화와 스포츠를 통해 발산하며 열광하였고  선봉에는 단연 프로 야구가 있었다.  동안 익숙했던 아마추어 야구가 아닌 프로 야구팀웍도 중요하지만 연봉을  많이 받는 소수의  나가는 스타가  중요하고, 최선을 다한 정정당당한 경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승이 훨씬  중요하며, 멋진 경기를 담보하는 선수들의 건강과 안녕도 중요하지만 연봉에 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각종 기록과 수치들이  무엇보다  중요한 ‘프로 세계. 그런 프로 야구에 열광하면서 점차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상황에서 ‘프로 되어가기 시작하던 시절이었지만 프로 야구계에 전혀 ‘프로답지 않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인천을 연고로  삼미 슈퍼스타즈였다.  팀은 1983년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창단  청보 그룹에 매각되기 까지 3년간 패배와 관련한 각종의 미증유의 기록을 세우고  스스로 경신하며 6   부동의 6위를 기록한 프로 야구단이었다. 통산 1승의 패전투수 감사용은  ‘프로답지 않은 ‘프로야구팀의 ‘프로답지 않은 ‘프로선수였다.
 
야구를 통한 자기수양’,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1982 프로 야구 출범  전기리그에서 프로 야구단 삼미 슈퍼스타즈는 10 30패를 기록하였고 ‘프로 뭔지 정확히는 몰라도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것처럼 행세하던 모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후기리그에는 5 35패라는 전대미문의 승률 125리를 기록하게 된다. 박민규의 소설에 나오는 화자의 친구 조성훈은 프로 야구 출범 당시 우승을 목표로 삼던 다른 팀들과는 달리 ‘야구를 통한 자기수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지훈련을 떠나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모습을 통해 ‘프로라는 모호한 좌표로 극단을 치닫는 세태에 일침을 가한다. , ‘프로만이 판치는 냉혹한 세상에서 삼미는 ‘자신들의 야구   알았고  야구는 어이없게도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명색이 프로 야구단이었던 삼미 슈퍼스타즈가 실제로 그랬을 리는 만무하지만 소설  주인공들은 지금은 아무도 기억하려 하지 않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결성하여 실제로 그런 야구를 하며 나름대로 ‘프로 세계를 조롱하고  스스로 자연 해체된다. 이는 어릴 적에는 인천 출신이라는 이유로 함께 삼미 슈퍼스타즈를 애타게 응원하다가 그들의 ‘프로답지 못함에 좌절하여 삼미 ‘리틀 슈퍼스타즈 물품들을 폐기시킨  앞만 보고 ‘프로답게 살아가던  IMF 여파로 실직을 당하고 패배감에 괴로워하던 소설  화자에게 던진 다음의  마디로 또한 압축될  있다.
 
지면 어때?”
 
물론,   마디를 ‘자면 어때라는 말로 치환하며  잠을 자고   비로소 광활한 하늘을 올려다   알게 되고 ‘흘러 넘치는시간을 맘껏 향유하며 삶을 즐기게  화자를 포함하여 소설  주인공들은 각자의 패배의 경험과 시련을 겪은 ‘프로세계의 소수이자 일탈자로 간주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임금 노동자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그나마 그런 직장 조차도 구하기 어려운 데다가 복지에 관한 사회안전장치 마저 미비하여 종종 생의 극단으로 치닫기도 하는  찬란한 ‘메이저 리그 ‘프로세계에서, 진정 ‘마이너 리그들이 소수인가. 희극적 수사임에 분명한 ‘아무도 바라지 않았던 1 위해 열정을 다하는 ‘슈퍼스타 감사용에게 마음 속으로나마 박수를 보내는 우리는 그렇다면 ‘메이저인가, ‘마이너인가. ‘프로만이 인정 받는다는  세상에서 진정, 소수인가, 다수인가.
 
지면 어때?’라고 반문한다 하여 그가 지는 것에  가치를 두는 것은 결코 아니며, 만년 꼴찌팀 삼미 슈퍼스타즈와 꼴찌팀  꼴찌였던 직장인 출신 투수 감사용의 평범하지만 나름의 아름다운 꿈과 열정, 야구에 대한 애정은 설령 이기지는 못할지라도 평범한 다수이기에 마땅히 존중받아야 함을 소설은, 영화는 공통되게 말해주고 있는  하다.
 
백전백패-영화에서는 박철순의 20연승이나 실제로는 1982 전기리그 16 전패- ()OB전에서 선발로 나가게  달라는 감사용에게 삼미 슈퍼스타즈의 감독은 영화 속에서 ‘프로 어떠해야 하는가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하지만 박민규의 소설에 나오는 프로 야구 감독들은 ‘야구라면 자신 있는데 프로 야구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물어오는 선수들에게 그런 명확한 설명 대신 ‘각오 단단히 !’라는 모호한 말로 일축한다. 영화 속의 감독은 ‘프로답지 않은 야구팀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프로 야구 초창기에 이미 ‘프로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반해, 소설 속의 감독들은 선수들은 물론 열광하던 관중들과 마찬가지로 사실 ‘프로 뭔지 몰랐을 수도 있었다는 것인데  시각의 차이는 온통 ‘프로만이 횡행하는 지금, ‘프로라는 ‘복음 전도된  20년이 넘은 지금에도  번쯤 곱씹어볼   점이 아닐까.
 
‘125 승률로 살아간다 하더라도 꿈과 열정이 있는 삶은 그래도, 충분히 아름다워야 하지 않겠는가.
 
(200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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