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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Jun 08. 2021

[전함, '야마토(大和)'] - 2021. 6. 5.

어린 날의 나에 대한 늙은 나의 선물일 뿐

어린 날의 나에 대한 늙은 나의 선물일 뿐

- 세계 최대 전함, '야마토(大和)'





"세계에서 가장 큰 전함이란 타이틀을 가진 '야마토(大和)' 전함은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기함이었던 거대 함선이다. 길이만 260m가 넘고 만재 배수량은 7만 톤을 넘는다. 뿐만 아니라 18.1인치에 달하는 거대한 주포는 '함선에 장착된 가장 큰 대포'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으며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 [미술관에서 만난 전쟁사], '2장. 탐욕의 참극 - 세게 최대 전함 야마토가 호텔로 변한 이유', 이현우, <어바웃어북>, 2018.



초등학교와 중학교 어린 시절에는 군부독재 '파시즘' 체제에 살아서 그런지, 2 대전에서 등장했던 독일의 '킹타이거' 전차와 일본의 '야마토' 전함, 항공모함 '아카기' 따위가 그렇게 멋져 보였다. 우리 '삼국시대'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하고 기댈  없던 '' '일본'이라는 국명을 채택하고 '독립' 시기의 '야마토(大和)' 정권은 그들의 '근본'일텐데 세계 최대 전함 '야마토' 2 대전 당시 군국주의 일본 GDP 1% 쏟아부은 전함이다. 그러나 너무 커서 기름만 많이 먹고 느리며 일본 최초 '3연장 주포' 포신 사이 거리가 너무 가까워 표적도  맞출 뿐더러 발사된 포탄이 어디로 날아갔는지 아무도 몰랐단다. 결국 최고위층 군국주의자들의 연회장이자 호텔로 쓰이던  태평양 전쟁 최후 해전에서 총알받이를 하다가 최후를 맞는다.




"무용지물 전함이었던 '야마토'의 최후는 비참했다. 1945년 오키나와로 미군이 몰려오자 '야마토' 전함은 마지막 임무를 부여받았다. 오키나와 해안에 도달해 고정 포대 역할을 하며 장렬히 전사하라는 것이다. 패전이 확실시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으니 자살을 강요받은 셈이다. 적재된 연료도 오키나와까지 편도로 갈 만큼만 채워졌다고 한다... 전함 '야마토'는 일본을 비롯한 이른바 군국주의 전쟁광들의 '페르소나'일지도 모르겠다. 전쟁광들은 늘 대의를 위한 희생을 강요했고 강요당했다. 전함 '야마토'처럼 말이다."

- [미술관에서 만난 전쟁사], '2장', 이현우, <어바웃어북>, 2018.



사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일제 군국주의 최후의 전함 '야마토' 따위를 지를 수 있었겠는가마는,

어린 시절 그렇게 갖고 싶어서 '어른 되어 돈 벌면 꼭 사야지' 생각한 것들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대상 중 하나였던 전함 '야마토'를 페이스북에서 어느날 우연히 발견하고는 품절될까봐 거금을 들이고 말았다.

잠시 어린날의 내 자신에게 선물한 것일 뿐, 나는 결코 '파시스트'나 '군국주의자'가 아니다. 당연히 '욱일승천기' 스티커는 개봉하자 마자 불태워버릴 예정이다. 어찌보면, 내가 철없을 때 가장 좋아했던 '세계에서 가장 큰' 전함 '야마토'도 군국주의의 '피해자'가 아닐까 하는 가당찮은 변명도 굳이 덧붙인다.



어린 시절에는 <해문출판사>(팬더공작 시리즈) <지경사>에서 나온 [세계 군함 만들기] [탱크 만들기], [전투기 만들기] 등의 책이 있었는데, 설계도 대로 그려진 두꺼운 종이를 오리고 붙여서 1~2 세계대전에 등장했던  세계의 유명 전투기계들을 만드는 특이한 도서였다.  놀라운 책들은 종이로 실물과 진짜로 똑같은 공작이 가능했다.  분야에서 단연 선구적이었던 초등(국민)학교 때부터 절친인 민수가 알려줘서 우리는  전투기계들에 관해 열심히 외워대고 끊임없이 만들었다.  종이공작 시리즈에 함께 빠져들었던 똑똑한  친구 철호는  걸음  나아가 스타워즈에 나오는 우주 비행기나 로봇 등을 본인이 직접 설계하여 그리고 오려 붙여 영화에 나오는 실사와 똑같이 창작하기도 했는데, 그런 창조력 끝판의 금손까지는 아니었지만 어려서부터 만들기와 그리기 등에는 자신있던 나는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앉아서 전함 '야마토' 항공모함 '아카기' 등을 만들어 댔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어두운 골방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앉아 손을 꼼지락거리는 어린 내가 보인다.



이제 취미가 '그림'과 '만들기'였던 중학생 때처럼 몇 시간을 꼬박 앉아 무언가를 만들 수는 없을 게다. '독서'와 '작문'이 취미가 된 지금은 '만들기' 보다는 가난하고 꼬질꼬질했던 어린 시절의 나를 추억하며 아주 가끔 '어린 시절의 로망'들을 사서 모으는 게 취미 중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나중에 정년퇴직한 다음날부터 차근차근 만들며 시간 보내려고 틈나는 대로 프라모델 키트들을 야금야금 모으는 중이다.

전함 '야마토'는 그 실물 전함이 기네스북에 오른 만큼 프라모델로서도 현재까지 내가 구입한 것들 중 가장 역대급 가격이다. 비싼 '군국주의 괴물'을 고민도 없이 바로 구매하다니 분명 지름신이 강림했던 당시 출근길에 우리사와 나오키의 일본만화 [20세기 소년]이 갑자기 회상되기도 한데다 월말 업무마감에 쫓기다 보니 분명 미쳤던 게 틀림없다. 하지만 장난감은 장난감일 뿐, 후회는 하지 않으련다.

만들다 만들다 마저 다 못 만들겠으면, 아빠의 어린 시절 추억을 담아 아들딸들에게 물려주면 그만이다. '세계에서 제일 큰 전함 야마토'를 물려줄 때는 그 상자 안에 꼭 편지를 써서 넣어두어야겠다. 20세기의 '제국주의'와 '군국주의', '파시즘'은 21세기나 그 다음 시대가 와도 변함없이 경계해야 할 인류의 어리석은 유산임을 기억하자고.



기독교 왕국 스페인이 8세기 이슬람 제국 지배의 상징인 모스크 사원들을 파괴하지 않고 보존했듯이 나는 전함 '야마토'를 비롯하여 시간을 초월한 각종 전투기계 프라모델들을 내 어린 시절의 기억 중 하나로서 길이 보전하고 싶을 따름이다.


중년의 나는 그렇게 어린 소년의 내게 선물을 주고 손을 내밀어 위로한다.



***


- [미술관에서 만난 전쟁사], 이현우, <어바웃어북>, 2018.


https://brunch.co.kr/@beatrice1007/176


일본만화 생각하다

잠시잠깐 미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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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신이 강림했네

오해마소 이래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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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날의 나에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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