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가장 나중에 먹는다"
"리더는 가장 나중에 먹는다"
- [리더 디퍼런트], 사이먼 시넥, 2014.
"리더가 된다는 것은 일을 덜 해도 되는 자격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책임을 안는 것이다... 리더는 일을 많이 해야 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 그 효과는 쉽게 측정하기도 어렵고 바로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리더십이란 사람을 향한 '헌신'이다."
- [리더 디퍼런스], <8. 리더가 된다는 것>, 사이먼 시넥, 2014.
미 해병대는 식사 시간에 계급이 제일 낮은 쫄병부터 먹는다고 한다. 지휘관은 가장 나중에 먹는다. '장유유서'가 높은 덕목인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에서는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5만년 전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강한 성인남성들이 사냥해 온 고기를 부족의 노약자들이 먼저 먹었다. 암사자들이 잡아온 먹이를 힘센 숫사자가 먼저 먹는 것과 인간 공동체가 다른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나중에 먹는 자가 진정한 리더"(Leaders Eat Last / 같은책, <2-8>)라는 말이다.
미국의 조직운영 강연자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은 2014년에 [리더는 가장 나중에 먹는다(Leaders Eat Last / 국역 : 리더 디퍼런트)]라는 책에서 조직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인간성'을 강조한다. '수치'와 '성과'로 표현되는 조직 목표의 '추상성'을 벗어나서 '인간성' 또는 "사람을 향한 헌신"(같은책, <8-27>)이 '진정한 리더'를 만든다는 것이다.
당장 실적이 안 좋은데 무슨 '인간성'인가 반론의 지점일 수 있겠다. 그러나 저자는 수만년에 걸쳐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온 인류의 '본성'이라는 '장기적' 안목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다른 개체에 비해 힘도 약한 호모 사피엔스가 척박한 자연환경에 맞서 지금의 인류로 진화한 이유는 '공동체'를 통해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언어나 신화 등의 '인지혁명'([사피엔스], 유발 하라리)을 통해 씨족과 부족을 형성하며 '자기 통제력'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사이먼 시넥에 의하면 수만년 전 우리 조상들이 지금의 우리만큼 똑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다만 자연환경이 더 험악했을 뿐이다. 장기적으로 인류가 더 잘 살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실적경쟁이 아니라 서로 보듬어주고 헌신하며 지켜주는 '안전망'과 '자기 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DNA인 것이다.
사이먼 시넥이 말하는 최초의 핵심어가 바로, '안전망'과 '자기 통제력'이다.
저자는 '진화인류학'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더 나아가 이를 '화학적'으로 증명하고자 하는데, '엔도르핀'과 '도파민', '세로토닌'과 '옥시토신' 호르몬 이야기로 이어진다.
'엔도르핀'은 일종의 '진통제' 같은 것으로 웃으며 손뼉치는 등의 행위로 힘든 일을 잠시 잊는 것이고, '도파민'은 힘든 일 중에도 좀더 해보려는 노력을 유발한다. 이 호르몬들은 일종의 "이기적 호르몬"(같은책, <2-6>)으로서 개인의 성취를 촉진한다.
'세로토닌'은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면서 그 힘든 일들을 기어이 해내는 역할을, '옥시토신'은 그런 사람들과의 유대감과 동지애를 이끌어내게 만드는 힘으로서, 이른바 "이타적 호르몬"(같은책, <2-6>)의 영역이다.
이 두 영역의 조화와 균형으로써 인간은 '코르티솔'(같은책, <2-7>)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상태를 딛고 공동체를 통해 여러가지의 성취를 해 왔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우리로 진화하고 성장했다. '적당한 스트레스가 필요하다'는 속언처럼, '이타적 호르몬'에 의해 적절히 통제되는 '이기적 호르몬'이 역시 적절한 '코르티솔(스트레스)'을 이겨내고 때로는 즐기며 모종의 성과를 내게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또 하나의 중요한 핵심어가 등장하는데, 바로 '추상성'(같은책, <5장>)이라는 '적(敵;enemy)'이다.
"문제는 인간성을 '추상화'하는 일이 우리 경제에 단순히 나쁜 영향을 주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 [리더 디퍼런스], <4. 우리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사이먼 시넥, 2014.
'물신성(物神性;fetishism)'이라는 사회과학 용어가 있다.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1권(1867)에서 '인간관계'를 '상품관계'로 표현하고 은폐하는 자본주의적 관계형태를 이르는 말이다. 모든 것이 '인간 노동'의 산물임에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나 '화폐' 등의 '물(物)적' 관계로서 거꾸로 왜곡되어 나타난다는 의미다. '물신숭배' 또는 성적인 '집착' 등으로 확장되는 개념이다.
사이먼 시넥에게는 단기적 성과와 숫자에 집착하는 행태가 바로 "'추상적'이라는 적"(같은책, <5장>)에 매몰되는 관계이고 이러한 인간관계는 장기적으로는 우리 공동체에 "치명적"(같은책, <4~5장>)이다.
GE의 회장 잭 웰치는 '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명분으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통해 단기적 성과를 냈지만, GE의 기업문화는 구성원들이 '이기적 호르몬'만 믿는 조직문화가 되어 버렸다. 반면, 코스트코의 공동 창업자 시니걸은 어려운 시기에 직원복지에 더 힘쓰고 그래도 어려우면 정리해고 없이 고통을 분담했다. 단기적인 성과는 못 내더라도 장기적으로 구성원들의 진심어린 '충성심'을 얻었다. 나만 살면 된다는 직원이 고객들을 진심으로 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안정감'과 '자기 통제력'의 인간적 본성과 호르몬 '증명'을 거친 사이먼 시넥은 기업들의 '비교경영학'을 통해 '인간성'을 지킨 조직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점을 증명하고자 한다.
신자유주의 '주류' 경제학인 시카고학파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은 정치경제체제와 무관한 숫자와 수학으로서의 경제학을 강조했는데, 그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를 좋아했단다. 즉, 단기적이고 '추상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는 허용된다는 인식인데, 대단히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말은 결국 법망을 피해가는 온갖 '편법'의 학문적 근거가 되었다. 단기적이고 '추상적'인 성과만 중시하는 조직이 '옳은 일'보다는 '편법'의 유혹에 빠지는 근거이기도 하다(같은책, <6-21>).
기업과 군대 같은 거대 조직운영에 관한 강연을 하는 사이먼 시넥이 '반체제' 인사일리는 없다. 고도로 추상화된 수치와 목표로 운영되는 지금의 자본주의를 부정할 수가 없는 저자는 흡사 '원시공동체'적 '본성'을 강조하면서 놀랍게도 '역설'을 발견한다.
'물신성'으로 돌아가는 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인간성'을 강조하다보니, "역설"적으로 "자본주의가 더 효과적으로 작동"(같은책, <1장>)하더라는 것이다.
"여기서 엄청난 역설이 하나 드러난다. 이렇게 인간의 바람직한 행동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환경에서 오히려 자본주의가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 [리더 디퍼런스], <1. 우리는 안전한 직장을 원한다>, 사이먼 시넥, 2014.
물론, 이 '역설'이 맞는지 여부는 우리가 각자의 공동체 내에서 서로에 대해 얼마나 '헌신'할 수 있으냐 하는 그 실천력이 증명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그렇게 이 책의 원제목이 된다.
"리더는 가장 나중에 먹는다(Leaders Eat Last)"는 상징적인 문장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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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 디퍼런트(Leaders Eat Last)](2014), Simon Sinek, 윤혜리 옮김, <세계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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