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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Sep 28. 2023

[두 한나라와 두 로마](2014) - 이중톈

- 세계사의 '양자역학'과 '데칼코마니' 제국문명

세계사의 '양자역학'과 '데칼코마니' 제국문명

- [두 한나라와 두 로마], 이중톈, 2014.





"중화와 로마는 '신본(神本)'이 아니라 '인본(人本)'을 따랐다. 그랬기 때문에 중화는 '예치(禮治)'를, 로마는 '법치(法治)'를 발명했다. '법치'든 '예치'든 둘 다 '인간의 자치'였고 하나님이 동행하지 않았다.

...

한(漢)나라의 공헌은 중화 제국의 기초를 닦은 것이었다... 두 개의 한(漢)나라는 '군주제도'의 표본이다.

로마(Roma)는 현대 국가에 원형을 제공했다... 사실상 '공화제'와 '법치'를 견지하면 시민 민주주의든 입헌군주든 현대 문명이다. 이것이 로마의 공헌이다."

- [두 한나라와 두 로마], <저자 후기>, 이중톈, 2014.



중국의 역사학자이자 대중저술가인 이중톈(易中天)은 역사를 '추리소설' 기법으로 풀어낸다. 사실 '역사학자'는 문헌이나 유물 등의 단서를 가지고 해당 시대의 사건과 인물 등을 추적하고 조사하며 추리하여 인과관계를 밝히는 일종의 '탐정'이다. 여기에 더해 이중톈의 장점은 역사라 하여 학술적이거나 장황하지 않다는 것이다.

분명 만연체의 대가인 나라면 이야기를 더 늘어놓을 텐데, 이중톈의 역사 '추리'는 간략하다.

,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만 적는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92


이미 2006년에 [삼국지] 이야기(국역은 [삼국지강의])로 중국 전역에서 선풍을 일으킨 이중톈은 현재 총 36권의 얇은 책으로 선사로부터의 중국 통사를 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6권까지 번역되었는데, 36권은 총 6부에 각 부당 6권씩 배정되어 '6x6=36'이라는 고전적인 '36계' 구조를 갖추려는 듯 하다. '완전한 수'인 '3의 배수'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에게 '36'은 각 개별단위들의 교차와 조합으로 사실상 '무한'을 의미한다고 나는 본다.


사마천이 [사기]를 통해 '삼황오제'부터 계보를 갖춰 온 이래 2천 년간 이어진 역사관 대로 약 1만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1부 '중국의 뿌리'로부터 아마도 '일대일로'의 현대 중국까지 기획하고 있으리라.



뻔한 남의 나라 역사 이야기를 다 읽을 생각은 없었다. 다만, 이 흥미로운 작가 이중톈의 '전공'이라는 '수(隋)-당(唐)' 제국 이야기는 궁금했다. 뛰어난 글솜씨로 중국 '정사'들에 실린 이야기를 아주 간략한 요점으로 정리해내는 이 중국의 실력자가 자신의 '전공'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말이다. '수-당' 제국을 알기 위한 사전 지식으로 '위-진 남북조'에 관한 책까지 덤으로 읽은 이유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213


역시 이중톈은 나 같은 글쓰기 생초보는 흉내낼 수 없는 실력으로 독자대중에게 중국 '정사'들을 읽어주고 있었다. 추리소설처럼 마냥 읽다보면 어느새 [사기]나 [한서] 및 [후한서]와 [신/구당서] 등의 해당 시기 기전체 '정사'들의 <열전> 내용이나 편년체 [자치통감]의 그 시기 기사들을 읽는 셈이 되었다.


그럼에도 저자가 중국인인지라, '중화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의 '전공' 당나라 제국은 '제1제국'인 '진(秦)-한(漢)' 시대에 이어 '제2제국'으로 불리지만, 36권 이중톈 중국 통사 시리즈 '3부'의 표제는 '제2제국'이 아니라 '세계문명권'이다. 즉, 중국은 당나라에 이르러 완연한 '세계문명'을 완성했다는 시각인데, 역사란 힘있는 자의 서술과 해석일 수도 있기에 학자가 아닌 나로서는 그의 관점에 따로 논평을 할 수는 없다.

일면 맞기도 하나 다 인정하기에는 한반도의 '소수민족'으로서 한편으로는 석연찮기도.


이중톈에게 중국의 '세계문명'적 형태는 당나라에서 갑자기 얻어진 것이 아니다. 바로 기원전부터 지속된 통일제국 '한(漢)'나라가 본격적인 기원이다.

최초의 '제국'은 진시황이 열었지만 진(秦) 제국은 폭정으로 인해 단명했고 한고조 유방의 한나라 제국은 전한과 후한을 거쳐 4백년 동안 유지되었으므로 '세계문명'적 보편성을 부여받은 것이다.


'두 한나라'로 지칭된 한고조 유방의 전한과 광무제 유수의 후한은 중앙집권적 '군주제도'의 보편적 표본의 시작이었다는데, 역시 석연치 않다. 세계 최초의 '제국'인 서아시아의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는 폭정만 일삼아서 그렇다 쳐도 그들에 이은 '페르시아' 제국의 '관용'도 있었고, 그 외 개인의 '자유'를 외친 그리스 민주정 같이 제국과 다른 국가제도도 있었기에 '군주'의 '제국'이 '세계문명'을 대표하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중톈 역시 유발 하라리처럼 인류 역사에서 '제국'이 가장 효율적인 국가제도로 보고 있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45


"후한 환제 연희 9년(기원후 166), 즉 조조가 11세였던 해에 외국 사절단이 낙양에 왔다. 그들은 상아, 무소뿔과 거북 껍질을 가지고 와서 낯선 제국에 숭고한 경의를 표했다([후한서], <서역전> 참고)..

이들이 얼마나 오래 걸어왔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분명히 쉽지 않았을 것이다. 멀리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라서 당시의 중국인들은 해서국, 이간이라 불렀고 후한의 공식 역사책에 기록된 명칭은 '대진'이다.

'대진'은 바로 '로마'다.

파견된 사절단의 '대진왕 안돈'은 로마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였을 가능성이 높다."

- [두 한나라와 두 로마], <1장. 세계 - 로마인이 왔다>, 이중톈, 2014.



그렇기에, 이중톈은 유럽의 '로마(Roma)'를 끌어들여 세계지도의 동쪽은 중국의 '두 한나라(전한-후한)'와 서쪽은 유럽과 서아시아의 '두 로마(서로마-동로마)'로 놓고 세계사의 '데칼코마니'를 만든다.


비슷한 시기,

전후로 나뉘고 동서로 분할되는 중국 한나라와 유럽 로마의 비교다.

두 제국의 차이점은,

중국은 유학의 '예'로써 국가를 다스렸기에 중앙집권적 군주제의 '표본'을 만들었고 주기적 폭정과 농민반란으로 왕조가 교체되기는 했지만 대개 '인의'와 '덕치'로 집권했다는 것과,

로마는 공화제의 신념으로 황제들조차 구속하며 시민의 권익을 향상시킨 '법치'의 전통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편 이 두 문명의 공통점은,

창조주나 유일신을 배제한 '인간의 자치'였다는 것인데,

이중톈에 의하면,

한나라는 '유학'의 '무속화'로 인해 망했고,

로마는 '기독교'의 '유일신'에 의해 쇠락했다.

즉,

후한의 건국자 광무제 유수가 칼을 내려놓고 '문치'를 확립하며 후한 개국의 정통성 확립을 위해 겉으로 내세운 '도참사상'은 중국 역사에서 뿌리깊은 '도가' 사상과 결합하여 후한 말기 황건 농민군의 지도 이념이 되었다. '무속화'된 한나라 정치가 '종교화'된 농민반란에 의해 무너진 것이다.

로마 황제권 확립을 위해 국교로 공인된 '유일신' 사상의 선구자 '기독교'는 신처럼 무소불위가 되고자 했던 로마황제를 무릎 꿇리며 결국 로마 자체를 잡아먹었다.

이 두 제국의 '세계문명'은 4~5세기 소빙하기를 거치면서 이민족과의 결합을 통해 세계사를 또 한 단계 발전시키게 되는 점에서 또 한 번 '양자역학'적 '데칼코마니'를 그려낸다.

중국은 위촉오 [삼국지]와 서진 '팔왕의 난'을 거쳐 '5호16국'의 역동으로,

로마는 '동로마' 비잔틴으로의 문명확대를 한편으로 서유럽은 '게르만'의 열국으로,

세계지도의 좌우 '데칼코마니'를 찍어낸다.



이중톈의 중국사 시리즈 2부 '제1제국' 중 9권 [두 한나라와 두 로마]의 주제는, 대략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2~5세기 세계사의 '양자역학'과도 같이 서로 직접적인 접속이나 영향이 없었음에도 다른 듯 닮은 양대 거대 제국의 필연적 종말이다.


시리즈를 다 읽을 마음은 없지만 한나라 '제국'의 전통을 이은 이중톈의 '전공'인 '세계문명' 당나라의 쇠망을 다시 한 번 읽을 차례다.


그래서 다음은,

무측천 쿠데타는 별 관심은 가지 않으니,

시리즈의 3부 '세계문명권'의 16권,

8세기 안녹산과 사사명의 반란,

[안사의 난] 이야기다.



***


1. [두 한(漢)나라와 두 로마(Roma) - 이중톈 중국사 9](2014), 이중톈, 한수희 옮김, <글항아리>, 2016.

2. [안사의 난 - 이중톈 중국사 16](2016), 이중톈, 김택규 옮김, <글항아리>, 2023.

3. [위진풍도 - 이중톈 중국사 11](2015), 이중톈, 김택규 옮김, <글항아리>, 2018.

4. [남조와 북조 - 이중톈 중국사 12](2015), 이중톈, 김택규 옮김, <글항아리>, 2020.

5. [수당의 정국 - 이중톈 중국사 13](2015), 이중톈, 김택규 옮김, <글항아리>, 2021.

6. [삼국지강의(品三国)](2006), 이중톈, 김성배/양휘웅 옮김, <김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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