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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린 Dec 19. 2019

여자. 엄마. 사람

쏟아지는 잠에 아이는 세상 떠나갈 듯 울음을 터뜨린다.
안아줘도 쉽게 달래지지 않는 울음이기에
그저 등을 토닥이며 잠들기를 기다린다.

병원에서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며 항생제를 처방해줬다.
수유 중이라 약도 아무거나 먹을 수가 없다.
그래도 회복해볼 거라고 약국에 파는 만 원짜리 피로회복제를 집어 들었다.

지난주 밤중 수유를 끊어보겠다고 며칠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고, 덥다고 얼음 가득 담긴 음료를 벌컥벌컥 마신 게 원인이 됐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걸 잊고 있었다.

아이가 잠들기 기다리며 한 손은 아이 등 위 다른 한 손은 뉴스를 검색한다.
<여자들아 여자들을 더 사랑하자. 여자들아 죽지 말고 오래오래 살아남자. 다 같이 할머니가 되자. 멋대로 춤추고 노래하자.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자>
설리의 죽음을 추모하는 글에 괜히 눈물이 난다.

이 땅에서, 여자, 엄마가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 우리 딸은 멋대로 살다 행복해질 수 있을까.
자꾸만 책을 찾아본다.
앞서 간 엄마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 수 있을지.
그리고 글을 쓴다.
그렇다.
난 여자, 엄마가 아닌 온전한 사람으로서 살고 싶어서 아등바등 애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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