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눈을 반쯤 떠 휴대폰을 봤다.
'서울 이태원에 인파 몰려 참사 발생.'
서울에 있는 동생 안부를 묻는 아빠의 문자가 와 있었다.
'뭐지?'
잠이 덜 깬 채 거실에 나가니, 신랑이 말했다.
"이태원 압사 사고로 사람이 100명 넘게 죽었어."
"응?!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티비를 켜자, 파도치듯 움직이는 군중 모습이 뉴스에 자꾸 나왔다.
차가운 아스팔트에 누운 사람 위로 사람과 사람이, 심장을 누르고 또 눌렀다. 살고자 하는 이의 절박함, 살리고자 하는 치열함이 티비 사이로 삐져나와 마음을 짓눌렀다.
130명. 150명. 153명. 사망자 숫자는 늘었다.
나타났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자막을 바라봤다. 숫자는 차가운 스테인리스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숫자는 담을 수 없는 이야기가 참 많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태원 참사를 이야기했다.
누군가는 안타까워했고, 또 누군가는 아파했으며
누군가는 사람을, 행정을 탓했다.
국가는 애도 기간이라 했다.
'애도: 사람의 죽음을 슬퍼함.'
이미 우리는 슬퍼하고 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슬퍼했다.
누군가 정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슬퍼하며 안타까워했다.
애도 기간만 정해졌을 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는 없다.자기 자리 지키기만 급급한 사람들. 미안하다 말하지 않는 사람들.
글을 쓰면서도 여전히 마음을 꽉 움켜쥐게 된다.
안전하지 않는 나라, 책임지지 않는 나라에 살아가고 있다는 게.
결국 우리는 국가에 기댈 수 없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각자도생'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