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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린 May 22. 2020

넘실대는 분홍빛 마음

"우리 동물 놀이하자"

"나는 어흥 호랑이, 어흥, 어흥"


후덥지근한 습기가 방안을 채운 저녁. 드문드문 차가운 초여름 바람이 열기 오른 공기를 식힌다. 두 아이는 팔을 쭉 뻗고 침대를 향해 있는 힘껏 몸을 던진다. 공기 위로 웃음 조각이 둥실 떠다닌다. 깔깔거리며 한참 웃던 큰 아이가 동생을 향해 묻는다.


“윤아, 행복하지?”


27개월 아이의 조그마한 입에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터져 나왔다. 눈물이 터졌다. 아이는 안다. 행복을. 분홍빛으로 물든 마음이 파도처럼 넘실댈 때가 언제인지.


나는 행복했다.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하는 그와 마주 앉아 맛있는 음식을 숟가락으로 퍼서 우물우물 씹을 때. 때마침 봄이 찾아와 마음이 말랑말랑해졌을 때. 봄바람이 불어와 머리칼을 스치며 지나갈 때. 흥얼흥얼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식당 안에 퍼질 때. 그 순간이 저장할 수 있는 영상이라면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가만히 그때의 기분을 밥알 씹듯 꼭꼭 되씹고 싶다.


나는 바래본다. 내 아이가 ‘행복’을 내뱉지 않아도 흠뻑 행복에 젖을 수 있기를. 행복이 크리스마스에만 찾아오는 산타할아버지 선물처럼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를. 매일 먹는 밥알 속 숨겨진 까만 콩을 찾는 재미 또한 행복이라는 걸 느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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