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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마음 맑음 Aug 29. 2023

세상의 모든 소중한 딸들에게

요즘 뉴스를 보면서 참 무서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묻지마 폭행, 성범죄, 살인...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려 하면 괜히 걱정이 되고, 원래 걸어 다니던 길도 가끔씩 뒤를 확인하게 된다. 당장 나도 혼자 다니기 불안한데, 내 딸을 앞으로 더 넓은 세상에 보내려고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안타까운 묻지마 범죄 뉴스를 다수 접하면서, 1전 쯤 스토킹 당했던 일이 생각났다. 경찰의 대응은 안일했고, 담당 경찰이 최소 세 번은 바뀌어서 귀찮다고 포기할 수도 있었고, 별일 아니려니, 그러려니 하며 그냥 넘어갈 수 있었지만, 스토킹 당한 시간이 토요일 오후 1시 (우리 집은 가평, 관광지 쪽이라) 가장 차가 많고 사람이 많은 시간 이었고, 내 딸이 살아갈 동네이고, 내 딸만큼 귀한 어린 초, 중, 고 학생들이 혼자서도 잘 다니는 동네라서 별일 아닌 게 아니었다. 대낮에도 스토킹을 당했는데, 저녁시간에 아직 차가 없는 20대 여성들이 혼자서 걸어서 귀가하는 것도 많이 봤기 때문에 나만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새삼스럽게 스토킹 관련 글을 쓰는 이유는 더 이상 스토커와의 싸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일한 대응을 하는 경찰과의 싸움이었고,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이 동네와 이 지역을 그래도 조금이라도 지키고자 했던 힘겨운 분투였다. 범죄 후 경고라도 받아야 다음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범죄자가 생기려다가도 우리 지역 공동체는 이러한 범죄를 용서하지 않고, 범죄자 처벌에 타협하지 않으며,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처벌을 구형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다른 유사 피해가 생기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아무도 나를 돕지 않는다면 내가 나를 돕겠다며, 그까이꺼 내가 우리 동네 경찰관이 되겠다며, 인터넷을 통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공부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항상 근본부터 접근하고, 전체적인 콘텍스트를 공부하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나의 성향이 묘하게 이 사건에 잘 맞은 걸까? 스토킹은 최근 핫이슈이기 때문에 경찰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시험을 잘 보려면 아주 중요한 내용임을 강조하는 강의를 열심히 공부했다. 시험에 반드시 나올거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경찰이 되기 위해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법률 내용, 경찰이 된 후에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법률 내용의 강의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스토킹 처벌법의 목적, 스토킹 행위에 해당되는 내용, 스토킹 범죄에 해당되는 내용, 경찰이 스토킹 신고를 받았을 때 해야 할 절차와 의무, 피의자의 처벌 내용, 피해자의 권리, 피의자가 법적인 경고와 조치를 불이행했을 시 처벌는 내용 등 피해자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법률 공부를 철저히 했다. 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인해 경찰서가 2회 변경됐고, 진술서만 3회를 썼고, 내 사건 담당자가 4회 변경되었고, 대면 비대면으로 진술을 물어오는 경찰이 최소 5명의 다른 경찰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똑같은 진술을 수도 없이 해야 했기 때문에, 이쯤 되면 내가 지쳐서 그냥 떨어지라는 경찰의 계략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싸우기로 한 이상 끝까지 간다고 각오했고, 워드 파일에 구체적으로 사건의 시간과 내용을 기록하고 사건이 있었던 장소의 사진을 찍어 문서로 정리해 두었다. 그리고 내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피의자의 마땅한 처벌과 피해자의 권리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을 대화와 문서를 통해 경찰에게 명확히 알렸다. 쉽게 말하면, '나 그렇게 어리바리하지 않고, 법적인 내용 다 알고 있고, 사건도 문서로 자세히 다 정리해 뒀고, 필요하면 유능한 변호사도 알고 있으니까, 이 사건 쉽게 넘어갈 생각하지 마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동네 마당발과 인싸 아주머니들을 공략해서 최대한 공론화하여 주변에 널리 알렸고, 너무 감사하게도 이웃들이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경찰에 항의하고, 경찰의 안일한 대응을 가평군청에 신고해서 제대로 사건을 처리하게 만들어 주셨다. 이웃들이 경찰을 집 앞으로 소환해서 "사건을 경찰이 조사하고 피의자를 경찰이 찾아야지, 왜 이걸 피해자가 하고 있냐며" 온 동네가 떠나가라 큰 소리로 나 대신 화를 내주셨다.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시며 나를 응원해 주시고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동했고 감사했다. 인사도 제대로 안 하고 지냈던 지난 날의 나를 반성하며, 이제는 서로 웃으면서 안부를 묻는 아주 든든한 이웃 공동체를 만들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지막에는 책임감 있는 경찰을 만날 있었고, 경찰은 내가 감동할 정도로 사건에 대해 있는 최선을 다해 대응을 하고 있다는 근거와 증거를 보여주었다. 나도 경찰도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쯤, 미련을 남기지 않고 사건을 종결할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로 다시 돌아오자면, 무방비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위험한 범죄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 해야 하는지, 이 모든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내가 알게 된 대응 방법을 소개하고 싶었다. 앞으로 또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란 법도 없고, 점점 더 흉흉한 세상에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므로, 어떻게 나를 지킬 수 있는지의 방법을 소개하고 싶었다.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도 갑자기 무방비 상태에서 피해를 당하면 그 당시에는 순간 무섭고 당황해서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게 된다.


국가에서 1년 동안 무료로 집 문 앞에 CCTV를 설치해 주는 피해자를 위한 정책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불안한 시간대와 장소에 경찰 순찰을 신청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혼자 다닐 때면 한 손에는 핸드폰, 한 손에는 전기충격기를 가지고 다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손에는 안 들고 다니지만 외출 시 가방에서 바로 뺄 수 있는 곳에 항상 가지고 다닌다. 전기충격기 말고도 범죄시 대응할 수 있는 몇 가지 호신용품이나 방법을 소개하고 싶었다. 나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한 용도이고, 사실 전기충격기를 쓸 만한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피해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이 모든 과정과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가 내 딸과 같이 귀한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나이 40에 아직도 혼자 다니는 것이 문득문득 두려워지는 나와 같은 모든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사실 묻지마 범죄는 더 이상 여성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10대 전 후는 여자 남자아이들 모두 위험하고, 20대 후의 남자도 범죄 피해자로 뉴스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전기충격기나 호신용품의 실구매자 후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말은 내 여동생, 내 누나, 내 부인, 내 딸에게 하나씩 주면 안심할 것 같다는 말이었다. 내가 내 딸을 걱정하듯, 많은 사람들이 자신보다 가족을 더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기에 위기 상황시 대처법을 아는 분들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고,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가르쳐주시면 서로에게 더욱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미리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딱히 기억하고 싶은 사건은 아니지만, 나름의 이 글을 쓰는 목적이 있으니, 지금부터 한 줄 한 줄 기록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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