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 마음 맑음 Dec 19. 2023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다

명상을 하려고 눈을 감으면 자동으로 망상이 올라온다. 생각이 올라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안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올라오는 생각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고 내버려 두고 오직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늘 지나가버린 과거 일을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과거에 겪었던 것들을 생각하면서 지금 괴로워하는 것이다. 대부분 과거 겪었던 것이 상처가 되어서 무의식에 쌓여있다가 명상을 하면 다시 재생이 되어 나온다.


상처가 치유되었다면 가끔 그런 기억이 되살아나도 괴로움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과거의 상처나 트라우마가 떠올라도 그것이 괴로움이 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면 마음이 치유되었다는 의미이다. 명상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과거의 일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도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거기에 관심을 빼앗기지 않고 호흡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훈련을 통해서, 시간이 지나면 마치 물이 증발하듯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함이다.


과거의 상처가 어느 정도 치유되면 미래의 생각이 떠오른다. 미래에 무엇을 어떻게 할지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면서 불안, 근심, 걱정, 두려움이 마음을 괴롭게 한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도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다만 호흡의 알아차림을 유지한다면, 미래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심리가 불안하거나 두려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이 떠오른다 해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 생각에 따라가지 않으면 된다. 내가 생각에 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것을 무수히 반복하는 것이 명상이다. 시간이 흘러가면 자연적으로 그런 상념들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만들어내면 그것이 점점 더 가속화되어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관심은 오직 코끝에 두고 들숨과 날숨에 집중한다. 나도 모르게 관심을 빼앗기면 다시 관심을 코끝으로 가지고 온다.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내버려 두고, 나는 다만 호흡을 코끝에 집중해서 호흡을 알아차릴 뿐이다. 밖에서 새소리가 들리든, 사이렌 소리가 들리든 처음에는 집중에 방해가 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호흡을 알아차리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명상 중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어나도 '그것은 나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관점에서 다만 호흡에 집중하면 그 세력은 점점 약해진다. 이런 생각을 없애겠다는 생각을 하면 또 다른 생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만 코끝의 숨으로 돌아오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점점 약화된다.


우리의 마음은 대부분 초조하고 집중이 안 되고 산란하다. 이런 산란한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히는 데 좋은 것이 '수식관',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알아차리는 명상이 가장 효과가 좋다. 여러 가지 명상법이 있지만 수식관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우리의 마음은 불안하고 산만하기 때문이다. 명상은 화나 욕망 치우치는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고, 불안하고 괴로운 마음의 부정적인 상태를 긍정적인 상태로 전환해서 마음에 평정심을 유지시켜 괴로움이 없는 상태로 가는 것을 훈련하는 것이다.





기분이 좋아서 들뜨는 것도 마음의 좋은 상태는 아니다. 이는 다시 괴로움으로 떨어지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명상은 마음이 고요한 상태, 마음의 부정적 작용이 없는 상태, 마음에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목표로 한다. 늘 애쓰고 노력하고 긴장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를 체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야 한다.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나태해지지 않는 상태를 만든다. 편안하면 졸음이 오거나 망상이나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에, 편안한 가운데 집중을 하는 것이다. 집중을 하려고 하면 자기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긴장이 된다. 수행은 편안한 가운데 집중이 되어야 하며, 스스로에게 깨어있어야 한다. 고요하게 앉아있는 것이 명상이 아니라, 그 상태에서 뚜렷한 알아차림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마음을 코끝에 집중해서 숨이 들어가고 나가고 하는 것을 알아차린다. 코 안에서 들숨 날숨의 공기의 흐름이 피부에 자극을 주는 것을 알아차린다. 즉, 그 공기의 접촉 자극에 의해서 숨이 들어가고 나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피부의 감각으로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이며, 호흡으로 인해서 일어나는 감각을 알아차린다는 의미이다. 호흡이 아주 부드러워지고 미세해지면 감각을 알아차리기 어려워진다. 때문에 졸리거나 생각이 올라오는데, 그럴수록 더 집중해서 그 미세한 호흡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한다.


그 미세한 감각을 알아차릴 정도로 마음이 고요하고 집중되어 있고 깨어 있으면 우리 몸에 전체적으로 일어나는 미세한 감각까지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을 수단으로 해서 감각을 알아차리고, 감각을 알아차림으로 해서 느낌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알아차리고, 마음 알아차림이 온전히 유지될 때 부정적인 마음이 일어날 때 바로 알아차리면, 부정적인 상태가 없는 그런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 알아차림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고, 마음을 코 끝에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을 또렷이 알아차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명상을 시작하면서 다음을 기억해보자.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다. 긴장하지도 애쓰지도 않는다. 어떤 것을 지나치게 의도하지도 않는다. 명상은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휴식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휴식을 취한다는 관점에서 몸도 생각도 멈춘다. 모든 것을 다 멈추어도 우리 몸에서 작동하는 것이 있다. 바로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이다. 모든 것을 멈추면 들숨과 날숨이 크게 느껴진다. 우리는 다만 그 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 외는 어떤 것에도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다. 어떤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더라도 명상 중에는 다 망상일 뿐이니, 그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편안한 가운데 마음을 코끝에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린다. 놓치면 다시 알아차린다. 그런 중에 실망하거나 애쓰지 않는다. 편안한 가운데 다만 할 뿐이다.


출처 Pixabay




 위 내용은 1년 동안 법륜스님의 영상에서 명상 관련 말씀하시는 것을 지금까지 많이 들어오면서 배운 내용이고, 그분의 가르침에서 많은 영향과 영감을 받았다. 명상의 방법론과 수행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법륜스님 말씀을 참고했다. <법륜스님 명상 공식 유튜브 채널: @VenPomnyunSunim>




                     

이전 03화 명상과 삶은 많이 닮아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