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라는 것은 본래 있었던 것이 아니고 내가 세운 것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단순 목표인지 욕심인지 차이를 아는 것은, 되고 안 되고에 따라 괴로워하거나 좌절하느냐의 차이다. 즉, 내 욕망에 집착하느냐 욕망을 욕망으로 그냥 아느냐의 차이다. 욕망인지 알아차리면 욕망이 있더라도 괴로움이 생기지 않지만, 욕망에 집착하기 때문에 괴로움이 생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공허하거나 뒤쳐지거나 하는 불안감을 느낄 필요 없다. 살면서 반드시 꼭 해야 할 일이란 없기 때문이다. 주어진다면 능히 한다. 안 해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 잘 돼도 괜찮고 안 돼도 괜찮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나를 자유롭게 놓아주는 훈련을 명상을 통해서 한다.
필요에 의해 목표를 세웠다면 이는 내가 나를 실험해 보는 과정이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고, 내가 가고 싶은 길을 한 발짝씩 다듬어 보기도 한다. 돌다리를 하나씩 두드려가며 조심스럽게 가보기도 하고, 강인하게 밀어붙여 보기도 한다. 잘 되다가 안 되다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 원래 인생인 법, 그 롤러코스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알아차리기만 할 뿐 휘말리지 않는 연습을 한다.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방법이 잘못되었거나, 아직 충분한 노력이 덜 되었거나, 주위의 조건이 아직 성숙되지 못했거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나와 주변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지 않고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갖고 괴로워하거나 포기한다면 이는 욕심이다. 아직 목표 달성이 될 수 있는 조건이 안 되었는데 돼야 된다고 욕심을 내고 있거나, 될 수 없는 것을 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내 욕심이 나를 절망으로 끌고 들어간다.
잘 된다고 우쭐할 필요도 없고, 못 한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삐그덕 거리면서 잘 안 되는 것 같으면 방법이 잘못되었나 검토하면 된다. 정말 방법이 잘못되었다면 고치고 개선한다. 스스로를 관찰하고 주변 상황에 맞춰 판단하며 새로운 방법을 찾아간다. 어떻게 하면 일이 잘 되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나에게 더 맞는 방법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지 연구한다. 그래도 잘 안 된다면, 내가 세운 목표라 해도 이것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중간중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 조건이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인지 살펴본다. 지금까지 잘해왔다 해도 현재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중단해야 될 때도 있다.
아직 노력이 부족해서 잘 안 되는 것이라면 좀 더 시간을 갖고,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로 페이스 조절을 한다. 단순히 결과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연구하면서 계속 새로운 것을 개발해 나간다. 과정과 결과에 의해 괴로워할 필요 없다. 계속해서 꾸준히 연구하고 준비해 나가면 경험이 쌓이고 능력이 쌓여가면서 과정과 결과를 초월하여 그 길 자체가 내가 되고 나의 일부가 된다. 나에게 맞는 방법을 연구해 가며, 다만 꾸준히 할 뿐, 달리 다른 방법은없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목표를 설정해서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목표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릴 때가 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목표를 세운 건데, 어느새 목표를 실행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왜 해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하는가?' 돈, 일, 공부, 자격증, 관계, 수행, 운동 등 모든 것은 단지 내가 믿고 원하는 삶의 가치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 이 자체가 목적이 돼버리게 두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매 순간 지금 여기 있는 나를 알아차림이 중요하다. 목표를 이루는 것 자체에만 집착하고 있다면 알아차려 내려놓고, 원하는 방향대로 묵묵히 길을 갈 수 있도록 내 정신을 목적에 안테나를 맞추는 작업을 계속해주어야 한다. 반대로, 지금 내가 세운 삶의 목적을 향해 가고 있다면, 많이 느리더라도, 가끔 넘어지더라도, 쉬어가는 중이라고 해도 나를 믿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목적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에서 방법과 수단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하고 좌절한다면이미 목적에 맞지 않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목적은 '자유와 행복'이기 때문에, 목표를 세우든 세우지 않든, 그 어떤 목표를 세우든, 그 목표가 잘 되든 잘 안 되든 상관없이, 나는 그 어떤 경우에도 행복하고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목표가 나에게 괴로움과 절망을 가져다주고 있다면 이미 근본적인 목적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목표보다 목적이 더 중요한 이유이다.
목표란 목적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이렇게도저렇게도 해보면서실험해 보고연구해 가면서, 목적을 향해 목표라는 수단을 점차 개선해 가며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지 내가 의도한 대로 만들고 싶다 해도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목표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지 않도록 숨을 깊이 들이쉬며 나를 상기시킨다. 모든 목표는 단지 수단일 뿐, 궁극적인 삶의 목적은 내 마음이 괴로움 없이 행복할 수 있고, 내 생각이 그 어떤 속박도 없이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는 것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이는 내가 원한다면 멀리 갈 필요 없이, 지금 당장 여기서 바로 실현 가능하다.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내 자유와 행복뿐만이 아닌 타인과 세상의 자유와 행복까지도, 분노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 나갈 수 있다면, 이 길 또한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언제나 타인과 세상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행복이 내 행복과 연결되어 있고, 세상의 자유가 내 자유와 연결되어 있다. 어쩌면 이 길을 간 후에 보상으로 자유와 행복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길을 감으로 인해 자유와 행복을 만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