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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예방 접종 후기!

백신의 효과

by 내 마음 맑음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매일 한 페이지라도, 단 5분이라도 독서를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을 일상의 목표로 하고 있는 나였지만, 정신 없이 일이 많이 몰려오면 일단 그 일 처리를 다 해야만 책이 손에 잡히는 것은 사실이다. 차분한 마음으로 저자의 세상으로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하는 의식인데, 해야 할 잡일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면 저자와의 대화는 자꾸 끊기게 되어있다.


9월 1일 코로나 예방 접종을 했고, 후유증이 심할 까봐 걱정 하고 있었던 나는 꼭 해야 하는 일들을 그 전에 다 처리했다. 최대 3일까지 몸살 난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후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소아과 의사가 있는 병원에 간 덕분일까, 겁에 질린 나를 아이 달래듯 “긴장을 풀고 힘을 빼야 주사가 안 아파요. 자꾸 아플 거라고 생각하면 생각대로 되는 것 아시죠?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면 괜찮을 거에요.” 나는 당장 우리 아이 소아과를 이 병원으로 바꾸기로 다짐했다. 항상 나를 귀찮아하던 3분 진찰 의사들만 만나다가, 알파고 같이 모든 설명을 해주는 간호사와 책상 위에 항상 뽀로로 비타민 사탕이 쌓여있는 이 친절한 의사가 마음에 쏙 들었다.


겁에 질려있었던 나는, “접종 후 타이레놀 한 알을 바로 먹어도 되나요?” 라고 질문했다. 의사는 그렇다고 했고, 하루 한 알 총 세 번, 심하면 하루 두 알 총 세 번 까지는 약을 먹어도 된다고 했다. 나는 접종 후 바로 타이레놀 한 알을 먹었다. 3시간 후, 마치 전날 밤에 잠을 한숨도 못 잤는데 감기 몸살이 걸린 것처럼, 몸이 무겁고, 힘이 없고, 얼얼했다. 아이를 돌봐야 했기 때문에 한 알을 더 먹었다. 약 먹기 전 보다는 상태가 좋아졌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이와 함께 저녁 9시 취침해서, 아이는 아침 6시에 깼는데 나는 8시에 깼다.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접종 후 잘 쉬고, 잘 먹고, 잘 자려고 노력하는 것은 회복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이튿날, 백신을 접종한 왼쪽 팔이 운동 후 근육통에 시달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운동 후 근육통이나 통증은 자주 느끼는 것이라서, 이 정도의 느낌은 나에게는 통증의 축에 들지 못했다. 감기 몸살 같이 몸이 무거운 현상은 계속되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작업을 찾던 중, 다시 책과 글쓰기를 만나게 되었다. 일 처리를 하느라 마음이 들떠있었던 나를, 차분한 마음과 정신으로 다시 책상에 앉게 해주었다.


백신을 맞고 최대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기로 마음 먹었던 터라, 그제서야 지금 정말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고 비로소 실천하게 되었다. 이 상황이 아이러니 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백신을 맞고서야 비로소 책을 읽게 되다니! 백신을 맞고서야 비로소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가고 싶은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되다니! 이게 백신의 효과라면 효과였다. 백신 접종 후에 찾아온 오랜만에 맞이하는 여유가 좋았다.


요즘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른다고, 아무것도 몰랐을 때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종이에 토해내듯이 뱉어냈는데, 오히려 글쓰기를 공부하다 보니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내 이름을 걸고, 나의 기록을 사람들에게 공개하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지… 심지어 교정과 교열 업무에 대해서도 공부를 시작한 나는, 다른 작가의 세상을 교정자로서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이 따르는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일단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본다. 내가 잘 해내고 싶은 것에 대한 공부, 글쓰기!

나에게 백신의 효과는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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