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머문 생각

파리의 앵앵거림과 수탉의 울음

삼사일언(三思一言)

by 중간착륙


“사람은 잠자코 있어서는 안 될 경우에만 말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가 극복해 온 일들만을 말해야 한다. 다른 것은 모두 쓸데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니체



‘삼사일언(三思一言) 삼사일행(三思一行)’

한마디 말하기 전에 세 번을 생각하고, 한 번 행동하기 전에 세 번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이는 신중함을 기하라는 가르침이다. 말은 필요한 소통의 도구지만, 불필요한 말은 삼가라는 동서고금의 지혜는 나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며칠 전, 사업장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상당히 기분이 언짢았다. 처리 기한과 순서를 무시한 채 매너 없는 요청을 받자, 나 역시 유연함보다는 원칙을 내세우게 되었다. 통화를 마치며 반면교사 삼아야 할 상황을 오히려 처리 기한 임박해서 승인하겠다는 소심한 복수심을 품었다.


집으로 돌아와 최근 읽고 있는 책 ‘지금은 니체를 읽어야 할 때’를 떠올리며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그러다 독서에서 배우는 지혜와는 정반대의 행동을 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잠자리에 누워서는 하루 동안 했던 말들을 곱씹으며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 말았어야 했던 말이나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순간들이 머리를 스치며 뒤척이게 되는 밤이었다.






“파리와 모기는 하루 종일 소리를 내지요. 그런데 그 소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나요? 그들이 내는 소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람들을 괴롭게 할 뿐입니다. 반대로 수탉은 아무 때나 울지 않습니다. 수탉은 날이 밝아올 때 우는데, 이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잠에서 깨 일과를 시작하지요.”



이 말은 고대 중국의 사상가 묵자가 ‘자금’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말을 잘하는 방법을 물었을 때 전한 가르침이다. 파리와 모기처럼 내 말이 앵앵거리는 소리로 들린다면 듣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피곤한 일이겠는가. 나 자신도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할 뿐 아니라, 그 말이 화근이 되어 문제가 생긴다면 더욱 큰일이 될 것이다.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나의 인격과 태도를 반영한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는다. 책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 역시 나를 성숙하게 만드는 중요한 배움의 원천이다. 흔히 나이가 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제야 그 말의 뜻을 실감하며, 말과 행동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표현에 신중해야 함을 느낀다. 특히 자신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강요하거나, 그들이 원하지 않는 조언을 하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멋지고 성숙하게 나이를 먹는 비결은 더 나은 말과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의 말과 행동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돌아본다. 내 말이 파리와 모기의 소리가 아닌 수탉의 울음처럼, 필요한 순간에 의미 있는 울림이 되길 바란다. 누군가의 하루를 밝히는 언어와 작은 희망이 되는 행동이라면, 그것만으로도 품위 있게 나이 들어가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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