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살아준 것 자체를 보람으로 여겨주기

by 포도나무

보람이 없다고 생각한 날들이 지나갔습니다


강아지를 살리기 위해

퇴근하고 매일밤 수험생처럼 공부하며

외국어로 적혀있는 수의학 논문도 읽으며

새로운 발견에, 치료법에 희망을 걸었던 날들이


좀처럼 먹은 것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녀석을

도와주기 위해 밥을 먹이고 나면

30분이든 1시간이든

가족끼리 돌아가며 세워서 안아주던 낮과 밤이

하얗게 지새우던 그 시간들이

하얀 재가 되어 버린 녀석 앞에서

참 보람도 없구나...


그러다가 좌절감에 푹 숙인 고개 위로

막 발아된 여린 떡잎이

위에 덮인 흙을 쑤욱 밀어내고 고개를 들듯

그렇게 생각 하나가 떠오른 아침을 맞았습니다


'치열하게 살아준 너와 나의 삶 자체를

보람으로 여겨줄 수는 없는 것일까?'


그렇게

상실 이후 처음으로

제 어깨를 도닥여준 날이었습니다




(*녀석을 위해, 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소아암과 장병증 환아들을 위해 5km 를 달렸습니다

우리의 뜀박질이 매순간의 보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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