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호
계간지 아름세계로 돌아오겠습니다.
한동안 쓰고 싶은 글이 없었습니다. 훈련소를 다녀와서 발간한 1월호에는 무려 6개의 신작을 실었고, 모두 쓰고 싶어서 쓴 글이었습니다. 그러나 2월호와 3월호에 실은 글 중에서는, "나의 '작가' 수상소감"과 "사물의 뒷면"을 제외하곤 쓰고 싶어서 쓴 글이 아니었습니다. '월간지'라는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3~4개의 글을 채워서 발간했습니다. 4월에는 전에 썼던 글을 발굴해서 정리하는 것도 지쳤고, 새로운 글은 맘에 들지 않아 지우길 반복하다 결국 발간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고 지나온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살맛 나는 삶을 사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겨우 10개월 지난 지금, 글을 쓰는 것은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게 하고 복잡한 생각을 들게 하여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드는 강박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되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뀌어버린 초심을 되찾기 위해 시간을 거꾸로 돌렸습니다. 그렇게 '아름세계 창간호'에 실은 글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아름세계』를 창간하면서(24. 7. 1.)
… 안타까운 점은, 그러한 가치들을 모두 하나로 묶어, 부족함을 한탄하며, 돈이라는 수단을 변명거리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치의 무게를 짊어지고 싶지 않아서,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만능주의만을 무장하고 살아갑니다. 그 단편적인 믿음은, 모순되게도, 어느 때보다도 다양화된 각종 미디어로 전파되고, 같은 알고리즘을 공유하며 점점 강화됩니다. 결국, 어느 세대보다도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하고 창조적인 세계를 구축할 기회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인 사고에 갇혀 자신으로 향하는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제가 생각하는 가치 있고 인간적인 세계는 ‘주관적인 세계’입니다.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오직 허무함만을 느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돈’은 의미가 없습니다. 단지 의미 부여의 수단 중 하나일 뿐입니다. ‘돈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행복한 나’만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우선 ‘나 자신’이 먼저 존재해야 합니다. 그래야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얼마나 돈을 벌어야 하는지" 등, 돈이라는 수단을 활용해서 의미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삶의 의미는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고, 오로지 내가 바라보는 세계만이 의미 있는 것입니다.
주관적인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신으로 향하는 길을 되찾아야 합니다. 길을 찾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지를 명확하게 아는 것입니다. 자신으로 향하는 길의 목적지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마음은 ‘생각과 감정’이며, 그 순수한 마음에 도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순간과 그 생각을 말로 내뱉는 순간, 슬픔을 느끼는 순간과 눈물을 흘리는 순간은 모두 구별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표현하는 순간에만 자신의 마음과 만날 수 있습니다.
… '순수한 감정과 생각의 예술적 표현'에만 집중하는 월간지의 출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제가 잃은 초심은 성실함이 아니라 순수함이었습니다. 아름세계는 가치 있고 인간적인 세계인 '주관적인 세계'를 되찾기 위해서 '순수한 감정과 생각의 예술적 표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믿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달마다 새로운 글을 쓰며 독자들과 자주 교류하면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 때문에 쓰지 않을 글까지 짜냈지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현재 저의 상황적, 심리적 제약을 고려할 때, 월간지라는 형식을 내려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대신 에세이, 소설, 기타 산문 등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다양화하여 비정기적으로 글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 글들을 모아 1년에 4번, 계간지로 발간할 생각입니다. 또한 다른 작가님들께 더 적극적으로 컨택해서 다양한 글을 싣고, 매해 겨울호에 올해의 작가를 선정하여 소정의 원고료를 드릴 예정입니다.
월간지 아름세계는 이번 5월호로 막을 내립니다. 부족한 글을 통해 50명이 넘는 구독자님들과 만나게 되어 행복합니다. 무작정 시작한 브런치였기에 더욱 신나고 기쁩니다.
올해 9월 새롭게 돌아올 계간지 아름세계 가을호를 너그러이 기다려 주시고,
종종 발간될 새로운 글들을 우연한 손님처럼 반갑게 맞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ㅣ오늘의 사진ㅣ
이런 심정으로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도착한 야식을 먹을 때 나는 드디어 방에서 완전히 벗어나 방 안에 가득한 상처와 한숨을 한순간에 실체 없는 존재로 만들고, 반면에 나 자신은 차가운 아랫배가 뜨거운 혈액으로 감싸짐을 느끼며 회색의 재에서 진정한 실체로 활활 불타오른다. 이런 느낌은 자기 전 침대에 누워 그녀와 팝콘을 나눠 먹는 상상을 할 때 더욱 커진다.
갑작스런 인사 / 강아름
아무튼, 바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 나는 그저 초침처럼 뛰는 심장 박동을 그녀의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전달하며 초조한 행복을 느낄 뿐이다. 철없이 시간이 멈추길 바라지만, 흐르는 것들은 막을 수가 없다. 하늘에는 구름이 흐르고, 풀밭에는 바람이 흐르고, 산 아래에는 강이 흐른다. 그들은 어떤 위대한 목적도, 음습한 악의도 없이 단지 흐를 뿐이다. 그럼에도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이대로 깊은 바닷속에 잠기고 짜디짠 바닷물에 잠식당하여 나라는 존재가 익사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 까닭이다.
아무튼, 뜨거운 레모네이드 한잔을 / 강아름
우리가 조금만 더 일찍,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만났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혹은 조금만 더 늦게, 무엇이든 너그러운 시절에 만났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짧은 봄에게 / 강아름
아름세계
2025년 5월호
5월 11일 (일)
짧은 산문
갑작스런 인사ㅣ강아름
5월 17일 (토)
신작 에세이
아무튼, 뜨거운 레모네이드 한잔을ㅣ강아름
5월 24일 (토)
편지
짧은 봄에게ㅣ강아름
5월 31일 (토)
편지
고양이를 닮은 사람에게ㅣ강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