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세계 2025년 5월호 ㅣ 편지 ㅣ 강아름
소금방에서 땀으로 젖은 다리를 서로 포개고 있다가, 장난스레 너의 다리를 들어 올렸던 게 기억나. 당황하던 너의 얼굴까지. 너의 배에 소금을 올리다가 나의 배에도 소금을 올렸는데, 나는 배가 불룩해서 소금이 다 떨어졌었어. 그래서 배에 힘을 주고 다시 소금을 올리는 내 모습을 보며 네가 귀엽다고 속삭였던 게 기억나. 참, 소금으로 했던 공기놀이도 재밌었지. 루미큐브를 같이 못 해봤네. 분명 내가 이겼을 텐데.
집 앞에 차를 대고 백미러를 멍하니 보며 네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케이크를 들고 오던 너의 모습도 기억나. 내 생일을 기억해 주고 챙겨줄지 정말 몰랐거든. 케이크에 그려져 있던 우리의 모습이 마치 유치원 어린이와 선생님 같아 함께 웃었던 것도, "항상 나랑 촛불 끄자"라는 메세지에 감동했던 것도, 오래 지우지 못할 순간으로 남겠지.
떠나기 전 잠에서 깨었지만, 오랫동안 침대에 그대로 누워있던 대구도 기억나. 슬쩍 너의 머리 뒤로 팔을 갖다 대었고, 너는 자연스레 팔베개를 한 채 나를 꼭 안아줬어. 몸에 닿았던 너의 온기와 부드러운 살결, 콩닥콩닥 뛰던 심장 소리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 그러다 늦어서 버스도 놓치고 과속 딱지도 뜯기고 참 정신없었지만, 지금 돌아보니 행복한 추억뿐이네.
아무 괴로움 없이 함께 첫 캠핑을 했다면 어땠을까? 네가 보고 싶다던 빛 축제도 보고, 먹고 싶다던 막걸리도 마셨겠지. 막걸리와 삼겹살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너의 모습이 보여. 나는 2주 동안 새로운 칵테일을 연마했기에 못 참고 또 선보였겠지. 먼저 마셔봤는데 참 달고 맛있었거든. 일출은 볼 수 있었을까? 전날의 넌 볼 수 있으니 깨워 달라고 장담했겠지만, 당일 아침의 넌 곤히 잠들어 있었을 거야. 난 먼저 일어나 조심스럽게 너 쪽으로 몸을 돌려서 잠든 너의 모습을 보고 있었을 테니, 우리 둘 다 일출은 보지 못할 운명인 거지.
뮤지컬도, 페스티벌도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 우리가 조금만 더 일찍,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만났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혹은 조금만 더 늦게, 무엇이든 너그러운 시절에 만났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네가 가장 좋아하는 봄이 벌써 다 갔네. 봄이 너무 짧다, 그렇지? 나도 네 덕에 봄이 가장 좋아져서 속상하지만, 괜찮아. 다가오는 여름 더위를 버티고, 차가운 겨울바람을 견디면, 다시 나에게도 너에게도 새로운 봄이 올 거니까. 고마웠어. 나의 2025년 봄이 되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