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말을 빠뜨리면

수신인 없는 편지_화요일 오후 세 시의 오븐_250729

by beautiful wisdom

물속에 말을 빠뜨리면,

‘풍덩’하고, 말이 사라지는 소리가 날지도 몰라요.

물속에 말을 빠뜨리면,

‘퐁—’ 하고 긴 숨처럼 울려 퍼지다가,

고요 속에 가라앉는 소리가 날지도 모르죠.

전혀 소리가 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물에 스며들고, 퍼지고, 조용히 녹아버려서

이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게 되는 거죠.


무거웠는지, 가벼웠는지,

상처였는지, 위로였는지에 따라

물결이 다르게 흔들리겠지만요.

그러니, 물속에 말을 빠뜨리면—

소리는 안 나도,

그 물빛은 달라질지도 몰라요.


-


말을 물속에 빠뜨리게 되는 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끝내 다시 삼켜버린 말들이

가슴 한편에서 돌처럼 무거워졌을 때예요.

왜 그렇게 끝내, 말하지 못했을까요?


-


“미안해.”

“고마워.”

“보고 싶어.”

“사랑해.”


차마 소리가 되지 못한 말들

하나씩 또 하나씩

조용히 마음의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요.


-


어쩌면,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내 세상이 무너질까 봐 두려웠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마음은 그 말을

말보다 더 깊은 곳으로 감췄는지도 몰라요.


“더 이상 말해봐야 달라질 게 없어.”

아픈 마음은 자신을 보듬기 위해서

말들을 하나씩 물속으로 밀어내요.

그러다 함께 가라앉은 내 마음은

지금 어디쯤 있는 걸까요?


때로는,

너무 소중해서 함부로 꺼낼 수 없어 해요.

바람에 흩어지거나 햇빛에 바래버릴까 봐.


또 어떤 날에는

너무 많아서, 그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지요.

물은 어떤 색깔, 그 어떤 모양도 품어줄 수 있으니까요.


아주 가끔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있어요.

그럴 때는 말이에요

말보다 더 깊은 걸로 이야기하고 싶어져요.

-


물속에 빠진 말들은

소리도 모양도 없지만

그 마음이 품었던 색깔로 물결을 물들여요.


언젠가

그 어떤 날에는 물빛이 달라지겠지요.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이,

“괜찮아.”하고 내밀어주는 손이,

아주 오래전 묻어둔 말 한마디를

다시 흔들어 깨울 때가 있을 거예요.


그렇게 천천히, 다시 떠오를지도 몰라요.

지금이라면… 그 말을 꺼내도 괜찮을까요?

그 말을 다시 건져 올릴 수 있을까요?


그러면 언젠가는

그 말을 편지에 담을 수도 있을 거예요.

하얀 종이 위에 스며들고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날아가요.

물속에 말을 빠뜨려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요.

그 물속에서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을 숨김없이

너와 내가 이야기로 살아가요.

물빛이 달라질 거예요.


그렇게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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