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꿈

중독_화요일 오후 세 시의 오븐_250909

by beautiful wisdom

눈을 떴어. 계단 위였어. 내려가고 있었는지 올라가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계단 한가운데에 있었거든. '어디서부터 시작한 걸까?' 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없었으니 정해야 했어. 아래를 내려다보면 안개가 자욱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위를 올려다보면 흐릿한 빛이 가늘게 새어 나왔어. 빛은 금방이라도 잡을 수 있을 듯 가까웠어. 나는 빛을 향해 가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희미하지만, 존재할 그 무언가를 찾으러 가고 있었던 걸까?


우선은 먼저 올라가 보기로 했어. 얼마나 내려가야 하는지 모르지만,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싶어서. 발을 부지런히 옮겼어. 계단은 묵묵히 이어졌지. 꼭대기는 내가 다가간 만큼 멀어졌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빛을 향해 숨이 가빠오는 것도 모른 채 오르고 또 올랐어. 얼마나 올라왔을까, 무심코 뒤로 돌아보니 발밑의 계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발을 떼면 사라지는 걸까, 눈앞에 있는 계단을 허둥지둥 올랐어. 그러는 중에도 빛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지. '어?!' 발을 헛디뎠어. 그렇게 추락했어, 끝도 없이. '아, 이렇게 죽는 걸까', 싶을 때쯤…


다시 눈을 떴어. 추락하던 나는 어느새 서 있었어. 사방이 거울이었어. 아, 그 빛이었구나. 계단 위에서 보았던 그 흐릿한 빛은 이 거울들이 서로를 비추며 만들어낸 환상이었던 거야. 거울 속 나는 무수히 반짝였어. 한쪽에서는 웃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울고 있었으며, 어떤 얼굴은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차갑게 나를 응시했지. 그중에 어느 것이 진짜 나를 비추고 있는지 찾고 싶어서 거울 속으로 손을 뻗었어. 닿는 순간 유리 위에 맺힌 숨결만이 손끝에 남았어. 저 너머의 나는 항상 반걸음 더 물러나 있었어. 그래도 멈출 수 없었지. 어느 쪽이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얼굴들을 좇아 거울 사이를 끝없이 헤맸어.

헤매다 지쳐 거울에 등을 기댔는데, 뒤로 넘어졌어. 거울은 문이었던 거야. 그렇게 도착한 텅 빈 곳. 여기서도 그 소리가 들렸어. 똑딱, 똑딱. 거울 미로 속에서도 계속 들렸던 그 소리의 정체를 이제야 알 것 같았어. 한 가운데에 낡은 시계가 놓여있었거든. 덜컥거리는 소리가 그 공간 전체를 메웠고, 바늘은 금방이라도 멈출 듯 떨고 있었어. 나는 본능적으로 시계 뒤의 태엽을 감았어. 시계는 힘을 얻은 듯 또박또박 움직였지.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바늘은 곧 다시 느려졌어. 멈추면 안 될 것 같은 두려움에 다시 태엽을 돌렸어. 손목은 점점 무거워지고, 어깨는 굳어졌지. 태엽을 더 세게 감았어. 그러나 안도는 늘 잠깐이었고 불안은 다시 돌아왔어. '멈추면 안 돼. 계속 돌려야 해.' 더 세게, 더 많이 돌렸어.


나는 알고는 있었어. 계단은 끝이 없고, 거울은 진실을 보여주지 않으며, 시간은 결코 내 뜻대로 할 수 없다는걸. 알면서도 나는 멈추지 않았어. 발은 또 다른 계단을 향해 움직이려 했고, 눈은 빛을 좇다 또 다른 거울 속 자신을 좇았으며, 손은 다시 태엽을 감았지. 꿈은 엉키고 엉켜 영영 풀리지 않을 실처럼, 나를 단단히 묶고 있었어. 발버둥 칠수록 더 촘촘히 조여왔지. 언젠가 끝이 날 거라 믿으며 발걸음을 옮겼지만, 끝은 오지 않았어. '언젠가…'를 바라면, 그건 내게 더 많은 힘을 영원히 요구하는 것만 같았어. 이것은 깨어나지 않는 한 끝나지 않을 꿈이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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