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_끄적끄적
그럴 때 있잖아,
나와 세상이 완벽히 분리되어 지금 여기 나와 나만 존재한다는 느낌
노이즈캔슬링 설정된 이어폰을 양쪽 귀에 딱 꽂아 넣었을 때,
세상 모든 소리로부터 멀어져 동떨어진 느낌
세상이 '꺼지는' 게 아니라 내가 세상에서 '빠져나오는' 것 같은,
귀가 먹먹해지면서 동시에 내 호흡 소리, 심장 박동 소리가 더 또렷해지고,
갑자기 내 몸 안쪽에 더 집중하게 되는
창문이나 문을 닫는 그 찰나
바깥소리뿐만 아니라 공기의 흐름까지 완벽히 차단한 것만 같은
순간적으로 아주 미세한 진공이 느껴지는 먹먹함
소리만 차단되는 게 아니라,
세상의 속도, 온도, 심지어 시간의 흐름까지 다른 쪽에 두고 오는 느낌
물리적으로 뭔가가 '딱'하고 분리되는
바깥 세계가 저 너머로 밀려나고, 이쪽엔 나만 남는
우리는 흔히 관계를 말이나 행동에서 찾지만, 사실 가장 많은 일이 일어나는 곳은 멈춤에서 오는 게 아닐까요. 말이 바로 이어지지 않을 때,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잠시 확인하게 됩니다.
그 짧은 지연이, 말과 마음 사이에 여백을 만들어요. 이 여백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에요. 내가 나를 조금 비우는 방식이며, 상대가 들어올 수 있는 자리이죠.
이런 여백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요. 말이 완성되지 않은 순간, 우리는 서로를 판단하지 않고, 조금은 더 천천히 바라볼 수 있어요. 그 느림이 관계를 지켜주는 가장 단순한 기술인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