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른살의 교대 새내기 라이프 -
2018.2.24(토) / 교대 입학 2일전.
내가 다니게 될 교대는 모두 '초등교육'전공으로 졸업장이 나가지만, 그래도 내부적으로는 심화전공이 나뉘어있다. 어제는 그 심화전공 발표가 났던 날이었다.
심화전공에 따라 서른명 남짓한 규모의 '반'이 나눠지고, 그 반은 4년간 지속되기 때문에 새내기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꽤나 시끌시끌해졌다. 시간표를 어떻게 짜야하는지, 어떤 수업이 좋은지부터 시작해서, 새터 때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까지. 사소하지만 새내기들에겐 아주 중요한 질문들이 가득하다.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그들을 구경하는 기분이 든다. 나는 새내기이지만 새내기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새내기 2회차'를 맞는 사람이고, 새내기들이 궁금해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그것들이 걱정되거나 궁금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 전, 합격 발표가 나고 등록금을 입금하고서도 사실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혹시나 내가 잘못된 곳에 돈을 보내서 입학이 취소되는 것은 아닌가, 괜히 불안해서 등록금 납입영수증을 뽑아서 확인하고도 불안했다.
심화전공 발표가 나고 교내 포털 아이디를 만들고나자 이제야 이 학교의 일원이 된 기분이 조금 든다.
정식으로 등록을 하고 나자 교내 포털 아이디를 만들라고 하는데, 나는 버릇처럼 ㅇㅇ(영문이름)+08을 써넣을 뻔 했다. 10년 전, 08학번으로 입학하면서 만들었던 아이디이고, 그때부터 교내 포털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 습관처럼 써왔던 아이디였다.
혼자서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이름 뒤의 '08'을 지우고 '18'을 써 넣어보았다. 아무리 봐도 겸연쩍었다. 나는 결국 '이름+18'에서 오는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그냥 '이름+생일'로 두 번째 대학의 교내 포털 아이디를 만들었다.
이로써 나는 대학 메일주소를 두 개나 가진 사람이 되었다.
"우리학교" 는 요일이랑 상관없이 항상 3월 2일에 입학식을 했는데, "이 학교"는 2월에 입학식을 하네?!
나는 무심코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내가 졸업한 학교와 내가 입학할 학교, 둘 모두가 "우리학교"라는 걸 깨달았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한 해가 지나가고 새 해가 시작되면, 연초에는 꼭 날짜를 쓰는 란에 2017을 썼다가 쓱쓱 두 줄을 긋고 2018을 새로 적는 실수를 하곤 한다. 나는 지금 '08학번' 을 썼다가 앗차, 하며 두 줄을 그어 지우고 '18학번'을 써넣고, A대학을 썼다가 앗차, 하며 B대학을 새로 써넣고 있는 기분이다.
다음주엔 입학식이 있고, 그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인 학교 생활이 시작된다. 학교를 다니다보면 이내 새로운 '18학번', 새로운 '우리학교'에도 익숙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