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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Nov 26. 2018

[동네책방] 수원 매탄동 <리지블루스>

길가다, 책갈피 08

리지블루스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160번길 15)

https://instagram.com/bookstore_lizzyblues


수원 매탄동에는 모 대기업 사옥과 마주보고 있는 골목이 있습니다. 작은 다세대주택 건물들이 빼곡히 늘어서있고, 그 사이사이에는 크고작은 회식에 어울릴만한 술집과 밥집들이 자리를 잡고 있지요.


그 골목의 모퉁이를 돌아 안쪽으로 들어가면, 콘크리트로 가득한 골목 한가운데에 밝은 파란색 바탕에 샛노란 글씨로 단장한 <리지블루스>가 산뜻하게 우리를 반겨줍니다. 





<리지 블루스> 는 "심리상담서점"이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시작한 책방입니다. 우울증을 겪었던, 그리고 여전히 우울증을 "다룰"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는 책방지기의 경험을 서점으로 풀어낸 공간이지요.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책방지기의 브런치 글에서 더 자세히 보실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신청자에게 심리 상담을 해준 뒤 그에 알맞는 책 추천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으나, 현재에는 이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대신 "인터뷰 소설"이라는 색다른 시도를 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작은 서점들 중에는 음료나 디저트류를 판매하며 카페를 겸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요, <리지 블루스>는 책 판매와 다양한 책 관련 프로그램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점입니다. 대신 책방지기가 언제든 따뜻한 차를 제공해준답니다. 제가 방문한 날에는 대만 펑리수 몇 개도 테이블에 놓여있었습니다.


서점의 구조도 상당히 독특합니다. 서점 전면(前面)은 전부 통유리라 안쪽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책장이 아니라 커다란 테이블입니다.


서점 한가운데에 놓인 6인용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책방지기와 마주 앉아, 책방지기가 내어준 허브티를 마시고 있자면, 왠지 대화를 나누거나 상담을 하거나 비밀을 털어놓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하다못해 타로점(?) 같은 것이라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화를 이끌어내는 공간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형 서점의 온라인 판매서비스를 이용하면 만 하루도 되지 않아 책을 받아볼 수 있는 세상에서, 독립서점들의 존재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독립서점들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서점들을 좋아하는데요. 작은 서점들은 공간 규모의 한계(그리고 대부분 이와 연결되어 있는 자본 규모의 한계) 를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입고되는 도서의 선정에 더욱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서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고충이겠지만, 작은 서점들을 좋아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고민을 거쳐 각 서점마다 입고 서적들이 독특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대형 서점의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베스트셀러들을 독립서점에서 발견한다면, 저는 선뜻 구매하게 되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그리고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특정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권, 한 권 책방지기의 고민을 거쳐 입고된 독립서점의 책꽂이를 들여다보면, '지금, 여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책과의 특별한 책-연(緣)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책을 '당장' 구매해서 내 책꽂이에 모셔놓고 싶은 욕구가 가득해지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서점 <리지 블루스>는 저와 코드가 참 잘 맞는 서점입니다. <리지 블루스> 책장에 꽂힌 책의 4분의1쯤은 "어, 저 책 나도 가지고 있어!" 이고, 또 4분의1쯤은 "그래, 저거 어디에선가 봤는데 읽어보고 싶었어!" 이고, 또 4분의1쯤은 "우와, 이것도 읽어보고 싶다!" 입니다.


저는 특히 아래 사진에 보이는 우울과 관련된 코너를 참 좋아합니다. 김동영 작가의 《당신이라는 안정제》는 제가 가장 아끼는 책 중에 하나이기도 하구요. 가장 오른쪽에 보이는 파란색과 노란색 표지는 서점 <리지 블루스>의 책방지기가 직접 쓴 책 《리지의 블루스》인데요, 이번 서점 방문의 목적이 바로 저 책을 구입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리지의 블루스》 리뷰보기)  




처음 서점을 열 때 내걸었던 "심리상담"이라는 테마를 내려놓기는 했지만, 독립서점 <리지 블루스>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저는 여전히 '자기 성찰', '마음의 상처', '우울증', '심리' 같은 단어들을 꼽고 싶습니다.


전문가의 대단한 의료적 조치가 아니더라도, 때로는 동네 약국에서 급하게 반창고와 빨간약이라도 사서 발라야 할 때가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리지 블루스>는 마음의 상처에 '빨간약'이 되어 줄 책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도, 또는 그저 잠시 힘든 일들이 겹쳐 마음이 어지러운 사람에게도 말입니다.



<리지 블루스>에서 구입한 두 권의 책. 《리지의 블루스》와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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