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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Dec 26. 2018

#17. 10년치 나잇값

- 서른살의 교대 새내기 라이프 -

2018.11.28(수) / 교대 입학 276일째.


학교에서 몇 권의 책을 지정해놓고 서평쓰기대회를 열었다. 도서관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종종 개최하는 행사 같았다. 마침 지정도서 중의 한 권이, 내가 예전에 사놓고 읽지 못한 『외국어 전파담』이었다. 최대 30만원, 최소 5만원의 문화상품권이 부상으로 걸려있었다. 밑져야 본전, 브런치에 책 리뷰를 올리는 셈치고 참가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학교에서 문자메시지로 알림이 왔다. 서평쓰기대회 금일 마감. 참가율이 낮아서 독려문자를 보낸 것일까? 친절하기도 하여라.


문자메시지를 본 것이 오후 3시쯤이었고, 마감은 자정이었다. 나는 어떻게 되든 제출이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서 후루룩 읽었다. 그리고 급하게 생각나는 대로 타자를 쳐서 오후 10시쯤엔가 겨우 제출을 했다.


(원래는 글을 잘 다듬어서 브런치 매거진에도 올리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책 내용 자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도 했고, 정말 제출에만 의의를 두느라 너무 못난 글이 되어버려서 올리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나서 서평쓰기대회에 참가한 것조차 잊어갈 때쯤, 시상식에 참여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쉽게도 시상식은 내가 수업이 없는 요일에 진행되었고, 나는 편도로 70키로가 넘는 길을 달려 시상식에 참여할 수 없어서 나중에 상장과 부상만 전달받았다.


상을 받고 나니 뿌듯하면서도 부끄러웠다. 몇시간만에 급하게 쓴 글로 상을 받았으니 공짜로 뭔가를 얻은 것 같아 기뻤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10년이 어린 동기들과 경쟁해서 상을 타고 기뻐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었다.


내가 잘나서 오만한 겸손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나는 동기들보다 10년을 더 살았고, 책을 읽어도 100권은 더 읽었을 것이고, 전적대에서 개차반(좋은 말로 자유로운 영혼) 으로 살았다 해도 그들보다 레포트를 몇십개는 더 써봤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아이들보다 10년만큼 잘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오히려 그렇지 못하면 부끄러운 일처럼 느껴진다. 


학교에서 받은 상장과 부상


한편으로는 지난 10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나는 뭔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시도하고 노력했고,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것이다. 영어와 제2외국어 공부에 집착적으로 매달려서 회사를 다니면서도 기를 쓰고 학원에 다녔다. 잡다하게 배운 피아노나 미술, 요가와 크로스핏 같은 것들은 당시에는 쓸데없는 월급탕진 취미들이었지만 교대에 와서 보니 꽤 유용하다.


적어도, 10년만큼의 나잇값은 하고 있는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가능하면 학교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대회에 참가해보려고 한다. 스무살만 대학에 다니란 법은 없으니까. 아이들의 세상에 내가 깍두기처럼 끼어든 것이 아니라, 나도 아이들과 똑같은 학교의 구성원이니까. 당당하게 참가해도 괜찮지 않을까?


태어나 처음으로 성인으로서의 자유를 얻고, 세상의 재미에 갓 눈 뜬 스무살 아이들보다 오히려 학교 생활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지도 모른다. 스무살 친구들은 학교 밖 별세상에 신기한 일들이 너무 많고, 만나야 할 친구들도 너무 많다. 예비교사로서의 교대생활이 아니더라도, 자유를 가진 'young-adult'로서 '대학생활' 자체를 즐겨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을 모두 지나왔고, 아이들이 열광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더이상 재미있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생각을 할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고, 그 생각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할 수 있을 만큼의 경험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교대생으로서의 삶에 충실하게, 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기회를 누리며,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예비교사'로서 지식과 태도를 준비해나가려고 한다.





서른 살의 교대 새내기 라이프, <나의 꽃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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