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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Apr 03. 2017

[Book] 여성 해방, 그리고 가정으로의 회귀 3

<하우스와이프 2.0> 20150305 에밀리 맷차 作

(전 편에서 이어집니다)


<하우스와이프 2.0>을 막 읽던 때에, 사실 저는 저 자신의 진로 고민이 가득했습니다. 지독한 회사 생활에 마음은 너덜너덜해졌고, 매일이 전쟁같았습니다. 저를 힘들게 한 것은 높은 근무 강도가 아니라, 그것을 참고 버텨서 이루고 싶은 비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살림이랄것도 없는 홀홀단신 미혼인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앞으로 결혼은? 출산은? 육아는? 그러면 내 커리어는? 회의적인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이렇게 직장 여성으로서, 개인적인 고민을 가득 안고 이 책을 펼쳤습니다. 그래서인지 구절구절 공감가는 부분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리고 책을 완독하고 한두달여 후에, 저는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습니다.


나의 건강과 재정이 나에 대해 요만큼도 신경을 쓰지 않는 거대 기업의 손에 달렸다는 사실
어떤 사람들은 에밀리를 아이들과 지내기 위해 꽤 괜찮은 직장을 떠나는 고학력 여성들 중 하나일 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밀리는 스스로를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혁명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을 소비로 시작되어 소비로 끝나는 직장문화를 거부하고 한 걸음 느리고,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하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 여긴다.

(중략)
 
<나의 건강과 재정이 나에 대해 요만큼도 신경을 쓰지 않는 거대 기업의 손에 달렸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나는 그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대기업 문화로부터 나를 빼내고 싶었을 뿐이에요.>

- <하우스와이프 2.0> p. 262


앞서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저는 이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실 남녀문제에 앞서 근로환경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남녀임직원 모두가 아름답게 9시 출근-6시 퇴근이 가능하다면, 아이가 어릴 때에는 육아휴직과 탄력근무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일-가정 양립과 관련한 문제의 상당 부분이 이미 해소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위 인용문에서의 '에밀리' 그리고 <하우스와이프 2.0>에 등장하는 다른 많은 여성들의 결정에 공감하고, 그와 비슷한 결정을 내리고자 합니다.


제 결정에 여자라는 성별이 미친 영향이 있다면, 저의 남자 동료들과 똑같이 내장이 비틀어지도록 힘들게 일을 하지만, 그들에 비해 저는 암묵적으로 기회를 제한받고 저의 성별은 종종 '극복해야 할' 장애점이 된다는 점. 그래서 그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같은 정도의 커리어적 성취를 득할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저의 직장은, 앞서 언급한 그 모든 것을 무릅쓰고서라도 이루고 싶은 비전이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는 점 입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하우스와이프 2.0>에 언급되었던 여러 사례들의 판박이 같기도 하네요 :)


단지 미래에 꾸리게 될 가정에서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저의 커리어를 굽히겠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커리어에 욕심이 아주 많기 때문에, 가정에 충실하다는 이유로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새로운 커리어를 개척하려고 합니다. 


저의 성별이 '극복해야 할' 점이 아닌 일. 


가정을 등진 '워커홀릭'이 되거나,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업무를 소홀히 하는 '월급루팡'이 되는 두가지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지 않는 일. 


그리고 몸은 조금 고되더라도 기꺼이 '워킹맘'으로서의 수고로움을 감당하고 싶을 만큼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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