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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Mar 10. 2019

내가 그랬어?

3월 10일


나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다. '나를 내가 모르면 누가 알아?'라는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왔던 걸까.


오래된 친구들을 가끔씩 만나고 올 때마다 내가 누구인지 헷갈린다. 나도 모르는 내 모습에 대해 적나라하게 얘기해줄 때면 민망함에 "내가 그랬어?"라는 말밖에 하지 못한다.


나는 어릴 때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도 안 변했단다. 또 어릴 때와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나더러 많이 변했단다. 그러고 보면 그들은 내가 살아온 모습을 생생하게 눈에 담았던 사람들이다. 나도 미처 보지 못하고 사는 나를 나보다 더 많이 바라봤던 사람들.


서로의 모습을 눈으로, 마음으로 담아주는 사람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생길지 모르겠다. 만나서 단순히 인증샷이나 인스타용으로 사진을 찍자고 수시로 휴대폰을 들이대는 사람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순간의 인위적인 웃음과 설정된 사진으로 날 기억해주는 사람보다 눈과 마음에 담아주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어?"라고 머쓱해하며 멋쩍게 웃어도 그게 '나'와 더 가까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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