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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Mar 15. 2019

천재는 발견될 뿐

3월 15일


결혼과 출산을 한 지인들을 만나면 상대가 미혼이라도 모든 이야기는 아이 이야기뿐이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이러면서 자기 자신을 잃어간다는 하소연을 들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자신에 대해 할 얘기는 없는 걸까. 아이를 낳으면 다 이렇게 된다는 흔한 핑계도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하다.     


아이에 대한 사랑이 유난스러운 선배를 만났다. 평소와 다름없이 구구절절 아이 얘기뿐이었다. 별일도 아닌데 크게 부풀려서 걱정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우리 애가 좀 이상해. 어제는 갑자기 밥상 밑으로 들어가서 눕더니 밥상 안쪽 면에 이상한 낙서를 하더라.”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미켈란젤로가 20m 높이의 로마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세계 최대 크기의 벽화, 천지창조가 떠올랐다. 이 벽화를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천장에 매달려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혼자서 고된 작업을 했다는 유명한 이야기. 선배의 기분을 좋게 해 주려는 의도도 물론 있었지만 아이의 창의성은 어디서 어떻게 발견될지 모르는 일이다.     


“언니 딸, 천재 아니에요? 미켈란젤로를 알고 따라 한 것도 아닐 텐데 대단하네요.”

   

다른 아이가 하지 않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상한 아이가 되는 건 옳지 않다. 내 얘기를 들은 선배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좋아져 아이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하긴, 우리 애가 좀 남다르긴 하지. 그것도 그냥 낙서가 아니라 무슨 의미가 있는 그림일 수도 있겠다.

그치? 오늘 가서 얘기해봐야겠네.”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에 웃고 우는 게 부모라더니 금세 아이 칭찬을 늘어놓고 들떠 있는 선배의 모습을 보니 나도 나중에 저렇게 될까 싶어 걱정이 되었다. 천재 소리가 그렇게 좋았을까. 어쨌든 천재는 양성되지 않는다. 사소한 곳에서 발견될 뿐이다. 부모는 아이를 천재로 키우려는 욕심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보며 ‘발견’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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