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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Oct 12. 2017

누군가의 불편함을 잊고 살아갑니다

직장인의 점심식사

매일 반복되는 직장인들의 일상에 빠지지 않는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점심 메뉴입니다.

오죽하면 인생 최대의 고민이 ‘오늘 점심은 뭐 먹지?’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출처 : 구글>


저는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하며 먹기 싫은 메뉴를 참 많이 먹었습니다.

특히 해장국을 많이 먹었는데요.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는 제가 술독에 빠져 사는 상사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먹은 해장국만 해도

수천 그릇은 될 겁니다. 가장 이해되지 않았던 말은 해장국을 먹으며 

“아, 시원하다. 속이 풀린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도대체 뭐가 시원 한 건지, 속이 어떻게 풀리는지 알 수 없는 저에게 해장국은 그저 뜨거운 국과 밥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하며 자랐고, 집밥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심한 세뇌교육을 받아서 하루 두 끼는

무조건 집에서 밥을 먹습니다. 그것도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다 보니 밖에서 먹을 때만큼은 집에서 먹지

않는 음식을 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상사들은 집에서 와이프가 밥을 안 해준다, 술을 많이 마셔서 해장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해장국이나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항상 함께 먹기를 은근 강요했어요.

저는 떡볶이도 먹고 싶었고, 단 한 시간이라도 일에서 벗어나 카페에서 브런치도 먹고 싶었습니다.

보수적인 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에게는 그 소박한 바람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출처 : 구글>


퇴사 후, 요즘은 여유롭게 먹고 싶은 것을 먹습니다.

어제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책을 읽고 있는데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어요.

새로 취임한 이사가 XXX 같다, 2년 동안 모은 돈으로 여행 가려고 휴가 냈더니 눈치 주고 돈이 많냐고

비아냥거린다, 등등 직장과 상사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습니다.

그 마음 누구보다 잘 알기에 들어주고 대화를 나누다가 시간을 보니 12시가 넘었습니다.

저는 친구에게 “기분 풀고 점심 맛있게 먹어.”라고 말했어요.

친구는 “어떻게 상사하고 먹는 점심을 맛있게 먹냐..”라며 우울함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출처 : 구글>


문득 밖에 나와 자유롭게 살다 보니 제가 벌써 많은 것을 잊고 사는구나 싶었습니다.

그 불편함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이제 나는 벗어났다고 누군가의 불편함을 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 돌이켜보며 직장인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다들 맛있는 점심 드시며 살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이 잠시라도 ‘쉼’의 시간이 되고, 자신의 성장에 필요한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조직문화가 구축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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