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뷰티펄 Jun 28. 2018

"밥은 먹었어?"의 의미

식사하세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길, 앞 좌석에서 중년 여성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들에게 전화를 거는 듯했다.
"엄마야! 밥은 먹었어?"
"아니, 아직...."
"밥도 안 먹고 뭐 했어. 어서 챙겨 먹어라!"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이런 대화를 엿들으면, 
그 의미가 너무나 맑고 소중해서 단어와 단어 사이의 여백까지 마음에 오롯이 새기고 싶다. 
'먹다'의 함의가 그리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식사 자리에서 무수히 많은 것을 입에 욱여넣으며 살아간다. 
밥만 먹는 게 아니다. 
커피도 먹고 술도 먹고 욕도 먹고 어느새 나이도 먹는다.
그러므로 '먹다'라는 동사와 가장 가까운 말은 '살다'일 것이며, 
자식이 밥을 먹었는지 궁금하다는 건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부모들이 시도 때도 없이 자식에게 전화를 걸어 "밥 먹었냐?"하고 물어보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하는 게 아닐까 싶다.

김지하 시인은 <밥은 하늘입니다>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갈라 먹는 것,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 <말의 품격> 중에서


                                                                                            




"밥 먹었어?"
어릴 땐 이 한마디에 얼마나 깊은 뜻이 있는지 몰랐다.

단순히 밥을 먹었는지 궁금한 게 아니라,
별일 없이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의미인
밥, 식사를 묻는 말들.

좋아한다, 사랑한다를 배운 적 없는 우리 부모들이
가장 하기 쉬운 애정표현이다.

부모님이 정을 표현하는 유일한 말은
"밥은 먹었냐?"이다.

이제는 우리가 먼저 해보면 어떨까.
식사는 하셨는지,
아직 안 하셨으면 함께 하자고.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91196001568


작가의 이전글 밥은 곧 소통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