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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an 13. 2019

저 왜 뽑았어요?

1월 13일


TV를 즐겨보지 않는 탓에 사람들의 이야기에 잘 끼지 못할 때가 많다. 작년 한 해 주변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드라마는 이선균, 이지은 (아이유) 주연의 ‘나의 아저씨’였다.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 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단번에 이해되진 않았지만 흔한 드라마는 아닐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뭔지 모를 두려움이 느껴졌다.     


드라마가 종영된 지 7개월이 지난 연말에 다시 보기를 통해 몰아보기 시작했다. 아픔이 있는 사람은 아픔이 있는 사람을 알아본다는 말처럼, 주인공 ‘이지안’에게서 나의 20대가 보였다. 어쩌면 본능적으로 느낀 나의 두려움이 그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 감정, 표정도 없이 돈만 벌며 살아가는 지안은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던 나의 20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세상과 맞서야 했던 그때의 나는 지독하게 외로웠다. 아빠를 가장 많이 원망하던 시절이었다. 학비, 용돈을 모두 스스로 해결하며 집에 생활비까지 갖다 줘야만 했다.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한다’는 지안의 말은 내가 20대 때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었다. 투잡, 쓰리잡은 기본이고 숱하게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았다. 정식으로 취업을 하고 안정적인 연봉을 받으며 살게 됐어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지안이 직장상사인 박동훈에게 “저 왜 뽑았어요?”라고 물었을 때, 박동훈은 이지안이 이력서에 특기로 쓴 ‘달리기’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다들 비슷한 특기로 가득 차 있던 이력서 중에서 ‘달리기’라고 쓴 이력서가 박동훈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나도 이지안과 똑같은 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취업을 한 후 인턴기간, 적응기간을 보내고 나니 금세 1년이 흘러 직장생활의 첫 송년회 자리였다. 선배와 회식장소로 이동하며 얘기를 주고받았다.    


“생각해보면 제가 어떻게 이 회사에 합격했는지 모르겠어요.”


“몰랐어? 너하고 동점자가 있었는데, 부장님이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셨잖아.

그래서 우리는 부장님 하고 아는 사이인가 했어. 지금도 부장님이 너 엄청 예뻐하시잖아.”    


1년이 되도록 몰랐던 사실이었다. 회식자리에서 부장님께 여쭤봤다.   


  

부장님이 저 뽑으셨다고 들었는데요.
저 왜 뽑으셨어요?


눈빛 때문에.



“눈빛이요?”


“응. 뭐라도 당장 일을 낼 것 같은 기세로 날 쳐다보더라고. 똘똘해 보여서 마음에 들었어.”   

 

그 당시 어떤 사람은 내 눈빛에 살기가 느껴져 무섭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 항상 울 것 같은 눈빛이 슬퍼 보인다고 했다. 누구의 말이 틀린 게 아니라 내 눈빛에 그 모든 게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내가 누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다른 눈빛이었겠지.


지금의 내 눈빛은 어떤 눈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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