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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an 14. 2019

내 나이가 몇인데

1월 14일


집에 도착해 현관문에서 신발을 벗고 있는데 뒤이어 바로 아빠가 들어오셨다. 뭔가 가득 들어있는 큰 쇼핑백을 내게 건네셨다. 별생각 없이 받다가 “윽”하고 바닥에 내려놨다.    


“이게 뭐예요?”


“아이스크림.”


“네? 무슨 아이스크림을 이렇게 많이 샀어요?”


“산 게 아니라 아빠 친구들이 너 갖다 주라고 한 보따리 줬어.”


“제가 애도 아니고, 집에 먹을 사람도 없는데 이걸 누가 다 먹어요?”


“아빠 친구들은 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봤으니 아직도 아기 같아서 뭘 자꾸 사주고 싶어 하지.”


“그래도 그렇지, 아이스크림이 뭐예요. 내 나이가 몇인데.”


“네 나이가 뭐? 아무리 컸어도 우리한테는 다 애들이야.”


“아빠, 이제 저도 다 큰 나이가 아니라 곧 늙어가는 나이예요.”


“네가 늙어? 하하하하하. 어른들 앞에서 그런 소리 해봐라. 혼나지.”    


그래도 이제 내가 컸다고 나름 비싼 브랜드의 아이스크림을 담아 보냈다는 말씀에 웃고 말았다. 이 나이에 아빠 친구 분께 아이스크림을 선물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랜만에 먹는 아이스크림에 자꾸만 헛웃음이 난다.    


언젠가는 이것마저 그리운 날이 오겠지.

오늘도 추억이 지나는 소리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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