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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an 21. 2019

너 이런 거 좋아하잖아

1월 21일


몇 개월 만에 만난 친구가 대뜸 상자 하나를 쓱 건넸다.   

  

“이게 뭐야?”    


“풀어봐.”    


상자 안에는 손거울, 헤어밴드, 펜, 수첩, 파우치, 립 글로우가 있었다.     


“뭐가 이렇게 많아?”    


“우리가 그만큼 오랜만에 만났다는 거지. 일본 갔을 때 손거울 보고 예뻐서 샀던 거, 세안할 때 내가 쓰는 헤어밴든데 탄탄하고 귀여워서 하나 더 샀고, 문구샵 갔다가 네 스타일 펜이랑 노트 보여서 사놨던 거고, 얼마 전에 화장품 사러 갔다가 1+1이라서 하나씩 더 샀던 립 글로우랑 파우치. 맘에 들어? 너 이런 거 좋아하잖아.”    


나는 너무나 확고한 취향 때문에 친구나 지인들이 지겹다고 구박도 많이 한다. 이제 나이도 들어가는데 핑크는 아니지 않냐, 꽃무늬랑 핑크는 좀 버려라, 하면서도 늘 잊지 않고 선물을 챙겨준다. 그럴 때마다 “너 이런 거 좋아하잖아” “이거 보니까 네 생각나서 샀어” “네 스타일이잖아” “만나면 주려고 사놨던 거야” “너는 뭘 좋아하는지 너무 확실해서 선물 사기는 편해” 하며 건네준다.   

 

그 말속에는 나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무심코 지나가다 무언가를 봤을 때 나를 떠올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다가 나와 함께 쓰고 싶어 하나 더 구매하고, 내가 좋아할 걸 알기에 기꺼이 사놓고 만날 때까지 기다리고, 이렇게 자신들이 날 생각한다는 걸 굳이 애써 표현한다. 그런 마음이 고맙고 예쁘다.     


친구가 준 헤어밴드로 앞머리를 시원하게 올리고 손거울을 보며 립 글로우를 발랐다. 그리고 노트에 메모를 했다. 이제 모든 것을 파우치에 넣고 정리했다. 친구의 마음을 모두 받아 쓴 흔적을 사진으로 보냈다.  

  


고마워. 잘 쓸게.
인증샷이야.
너 이런 거 좋아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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