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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an 26. 2019

싸워야 되잖아요

1월 26일


프리랜서와 자영업자, 사업가는 매달 수입이 다르다. 통장 잔고에 따라 감정의 그래프가 급격히 변한다. 생각지 못한 수입에 기뻐하다가도 수입이 떨어질 때를 항상 대비해야 한다. 특히 계절에 따라 매출이 큰 차이를 보이는 직업은 돌아오는 계절이 늘 걱정이다. 음식 장사나 야외에서 하는 일이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이번 달 콘텐츠 기획 회의차 변호사님과 우리의 아지트 카페에서 만났다. 먼저 그동안 서로의 근황을 물었다. 변호사님은 겨울이라 너무 한가하다고 하셨다.    


“겨울이라서 한가하다고요?”    


“그럼요. 극소수의 인기 변호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변호사들은 여름, 겨울엔 너무 한가해요.

덥고 추울 땐 소송도 하기 싫은가 봐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았다. 


‘변호사가 계절을 타는 직업이라고?’

   

“변호사 일이 재미가 없어요. 이런 재능 있는 건 감사하고 덕분에 먹고살지만 그래도 너무 재미가 없네요.”    


“왜요. 아무리 예전만 못하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업 아니에요?”    



싸워야 되잖아요.
저는 싸우는 게 싫어요.
싸워서 꼭 이겨야 하는 일이라서 저하고는 잘 안 맞아요.  

 


변호사님은 취미 생활이라도 편하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얘기도 나누며 재밌게 보내고 싶다고 하셨다. 나름대로 직업에 따른 고충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변호사는 고상하게 앉아 서류 보는 일이 많다는 생각 때문에 계절을 타는 직업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일하는 것 자체가 싸움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늘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삶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그동안 세상에 재미난 일이 뭐가 있는지 찾아 헤매던 변호사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승패와 상관없는 우리의 기획 회의는 오늘도 유쾌하게 마무리되었다. 변호사님이 찾는 재밌는 일이 세상에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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