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 우연히 접한 애자일 관련 기사를 읽은 후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끄적인다.
http://dbr.donga.com/article/view/1203/article_no/8942
내가 애자일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아마 2013년~2014년 그 쯤, 당시 재직 중이던 IT회사에서다. 애잘이다 스크럼이다 뭐다를 한창 도입할 당시였던 걸로 기억하고, 당시 나는 호기심에 스크럼 관련 책을 한 권 읽었고, 애자일의 개념을 아주 나이브하게 "빠른 시도, 빠른 실패, 빠른 수정"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어왔다. 애자일 열풍은 그 때부터 쭉 이어졌고, 근래에는 비기술 회사에서도 그 바람이 부는 것 같다.
하지만 "애자일"의 정의를 아주 명쾌하게 내리는 사람을 만난 적도, "애자일"을 아주 성공적으로 도입했다는 회사도 아직까지는 접해보지 못한 것 같다. 그저 "애자일 하게 일 하자!"는 "빨리빨리빨리 하자!"를 대변하는 말로 악용되고 있는 듯 하고, 이것은 '애자일' 단어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래서 어지간하면 '애자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애자일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와중에 위의 기사를 접했고, 근래에 읽었던 리더쉽/경영 아티클 중에 손에 꼽힐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존멋이었던 부분>
1. 해당 기업만의 '애자일' 단어의 정의를 명쾌하게 내린 것
- 고유명사가 아닌 단어들, 특히나 어떤 현상이나 방법을 포함하는 단어들은 늘 다르게 해석되고, 다르게 해석되는 순간부터 오해가 생겨난다. 우리는 조직 내에서 이런 언어들을 발견해 명확하게 정의내리고 하나의 뜻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어의 정의가 일치되어야, 방향을 일치시킬 수 있다.
2. 더불어 이것을 '코페르니쿠스 혁명'이라 비유하며 나름의 이론을 만든 것
- "고객 중심으로 사고하자!" 라는 말은 개나소나 다 한다. 그런데 대체 고객 중심 사고가 뭔 말이냐고! 그냥 고객이 하는 말을 들어라, 고객을 사랑하면 답이 보인다, 이런 말은 이제 상투적이다 못해 약장수 같기도 하다.(물론 나도 엄청 많이 해왔다 ㅋㅋㅋㅋㅋ) 그런 말을 이렇게 과학적인 비유를 통해 설명하다니.. 너무 멋있어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ㅠㅠㅠㅠ
<존나 반성할 부분>
"시드키대표는 5가지 중 특히 '리더십'과 '사람'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전략, 구조, 프로세스는 인적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들을 바꿔도 문화가 크게 변하지 않지만 리더십과 사람은 인적 요소기 때문에 이들이 바뀌면 문화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중에서도 그는 특히 리더십을 강조한다."
무릎을 탁 쳤다. 나는 평소 어떤 상황이든 그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리더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기업의 문화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인간은 본래 남탓하는 못된 본성을 지니고 있어서, "쟤가, 쟤가, 쟤가 잘못했단 말이야!!!!!!"라고 하곤 한다. 리더들도 그렇다. 그래서 직원들이 잘못이라고 하기도 하고, 직원들을 바꿔보려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리더쉽이 그대로라면 직원들이 바뀌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같은 맥락으로 직원들이 회사(또는 리더)의 비전과 방향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리더(또는 회사)가 제대로 비전 제시를 못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비전이 아니던가, 제대로 된 비전을 그지같이 전달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끔 설득력이 부족한 이야기가 오갈 때 동료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내 옆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몇십명도 설득하지 못하면, 어떻게 몇십만~몇백만 고객을 설득시키냐." 이 말은 사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내가 늘 상기해야 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자 내일부터 매일 아침 일 시작하기 전에 삼창 하고 시작하자!!!!!!!!
아 글을 끊기가 상당히 애매한데 집중력이 떨어져서 더이상 못쓰겠다.ㅠㅠㅠㅠ 본 글을 두 줄로 요약하면...
1. 애자일 단어 뜻 모르면 함부로 쓰지 말자.
2. 조직이 애자일을 따라오지 못하는 건 리더들이 못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