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그녀의 우려가 택배가 되어 도착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다이어트에 돌입한 저는 김치를 잘 먹지 않습니다. 염분도 많은 데다 울 어머니의 김치는 전라도 장인의 맛입니다. 김치에다 밥을 두세 그릇 먹는 게 가능하죠. 밥도 너무나 맛있는 탄수화물이라 조절해서 먹는데 밥을 부르는 김치를 먹는다는 건 있을 수 없죠. 샐러드 먹을 때 한두 조각 양념을 살살 걷어 내어 먹습니다. 고향집에서도 그렇게 먹는 나를 보고 어머니는 "복달아나야.. 뚝뚝 떠먹으랑께" 하셨습니다.
뚝뚝 떠먹기 싫어서 밥공기를 작은 걸로 줄이고, 식단에서 채소함량을 최대화한다고 다시 말씀드립니다. 왜 이렇게 안 먹느냐고 걱정하는 당신에게 나는 이렇게 먹어야 건강하다고 다시 강조합니다. 탄단지가 고르게 그러나 염분과 수분 섭취도 적절하게 먹는 관리된 영양상태, 이게 제게 추구하는 방법입니다.
지치지 않고 운동하고 식단관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체지방 10프로 후반대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160cm의 대한민국 여성 표준키를 가진 저는 평생 '뚱뚱하다'와 '복스럽다'를 듣고 살아왔는데요. 대학 입학 할 때의 몸무게가 62kg, 결혼 전 홀로 관리한 몸이 58로 평생 오동통한 몸매를 유지하고 살았어요. 기성복 55반, 이게 사실 66인데 여성들이 하도 기분 나빠하지 반 사이즈 줄여 나온 걸 알지만 나는 55 사이즈를 입는 여성이다라는 만족감에 살아왔죠.
아이 둘을 낳고 육아하면서도 몸무게는 62kg를 넘지만 말자는 마음으로 살아왔어요. 체지방이나 근력량 따위는 모른 채 임신하며 입는 바지, 남편이 버려놓은 면바지를 찾아 입을라치면 굶어서 2,3kg을 빼고 다시 육아하며 힘든 스트레스는 야간의 맥주와 안주로 풀며 살을 찌우기를 반복했죠. 내 몸의 셀룰라이트가 과하게 되었구나 안 것은 다리의 실핏줄이 보랏빛으로 변한 걸 보고서였습니다. 이게 심해지면 하지정맥류가 된다고 하더군요.
덜컥 다이어트, 이제부터 진짜 건강하게 살 빼기에 돌입했죠. 쥬**의 비싼 관리를 받을 순 없으니, 죽을 만큼 운동하고 죽지 않을 만큼 소식하는 방법을 인터넷 검색과 관련책을 통해 습득했습니다. 유산소 운동, 그것도 아침에 깨자마자 시작하는 공복 유산소와 중년의 나이에 들어가니 빠져갈 근력량 보강을 위한 근육운동도 챙기고 식단은 샐러드와 단백질 식단으로 구성해서 먹기 시작했어요.
3개월에 6킬로그램을 뺴었더니, 몸의 질량 지수가 달라지더군요. 몸의 건강지표가 바람직한 쪽을 향했어요. 인바디를 보면 C자형과 D자형으로 구분되는데 C는 체지방이 많고 근력량이 부족한 비만의 몸, D는 지방량보다 근력량이 월등히 높은 근육형 몸이었죠. 그때부터는 몸무게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체지방 지수만 중요했죠. 근력량을 늘리거나 체지방을 빼거나 둘다를 하려면 식단과 운동은 필수적인 요소였죠.
고등학교 이후 그렇게 숫자에 집착하며 살아본 건 처음이었나 봐요. 아침에 몸무게 재고, 저녁에 또 체중계에 올라가고 과식하면 숟가락을 놓자마자 밖을 나가 걷는 프로다이어터의 삶으로 살기 시작했습니다. 뚱뚱하다고 관리하지 않으면 남편이 바람피울지도 모르겠다고 그렇게 잔소리를 하던 내 부모님들의 태도가 변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4시간 걸리는 내 고향 광주에 사는 두 분은 일 년에 몇 차례 만나지 못하지만 늘 자식 걱정입니다. 살이 찌면 찌는 대로, 또 다이어트를 하면 살 빠진다고 걱정을 사서 하시는 편이죠. 처음 3개월에 6킬로를 빼고 내려갔더니 얼굴이 못쓰게 되었네부터 시작해서 왜 살 빼려 하냐고 그만하라고 그렇게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아니 언제는 뚱뚱하다고 걱정하시더니 말입니다. 특히 아버지는 저를 따로 불러서. "조혜원, 무슨 고민 있냐? 류서방이 속썪여??(속 썩이냐고 묻지만 선량한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는 어조였습니다)"를 묻기도 하셨죠.
아니요. 아부지. 류서방은 제가 운동 많이 한다고 그 시간에 살림하기만을 바래요. 그리고 저를 위해서 자신과 아이들은 먹지도 않는 채소를 너무 많이 산다고도 걱정해요. 흥칫. 그깟 풀떼기 얼마나 한다고 자기들이 먹는 고기양에 비하면 소소한 것도 달리 챙겨 먹는다고 한소리 하는 남편이 얄미웠나 봅니다. 식단을 조절하면 살이 빠집니다. 아버지에게 소소하게 잔소리장이 남편을 고자질하고 나서 저는 제가 정한 바를 묵묵히 했습니다.
어머니는 관리 중인 딸을 여태 걱정합니다. 인바디 지표가 아무리 건강히 나와도 또 살이 빠져 눈이 커 보이는 딸에게 '이쁘다'라는 격려대신 그렇게 살 빠지면 안뒤아 하고 냉큼 한약을 해 보내십니다. 엄마가 아프면 온 가족이 고생한다는 말까지 보태면서 말이죠. 어머니의 우려에 '애써 하는 짓'이라고 누누이 말해보아도 굶지 말고 먹어가며 하라고 한마디 보태십니다.
어머니 먹어요. 먹는다고요. 잘 골라 먹어요. 체지방은 많으면 안돼요. 지금 20프로 대가 넘어가는데 이걸 낮추어야 해요. 제 목표 14프로가 되면 멈출게요. 아픈 게 아니고 아프지 않으려고 운동하고 관리하는 거랍니다.
뚝뚝 떠먹기 싫어서 밥공기를 작은 걸로 줄이고, 식단에서 채소함량을 최대화한다고 다시 말씀드립니다. 왜 이렇게 안 먹느냐고 걱정하는 당신에게 나는 이렇게 먹어야 건강하다고 다시 강조합니다. 인생 머 있어? 맛나게 배부르게 먹으면 그만이제 하고 살기에는 당신 딸이 배운 대로 살고 있답니다. 탄단지 고르게 잘 (죽지 않게) 먹고, 부상당하지 않을 만큼 (죽을 정도로) 운동도 잘하고 있습니다. 엄마 아부지.. 나 건강하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