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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 작가 Sep 18. 2023

왼발 시리얼 킬러, 그는 무죄

지피지기, 이 다음에 이어질 말은 백전백승입니다. 갑자기 웬 고사성어냐구요. 이 상황이 아이와 제게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오늘 남편은 덜컥 왼발에 부착형 기브스를 하고 조기 귀가했습니다. 어제 밤 둘째와 장난을 치는 듯 하더니 '억!'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지더군요. 왼쪽 새끼발가락. 얼음찜질을 급하게 했지만 아파하는 폼이 영 심상치 않습니다. 아마도 골절인듯 싶어요. 


우리 둘째는 올해 고등학교 입학을 한 17세 남자아이입니다. 키  178cm에 84kg(공복에는 82kg)비만도 110프로의 건강한 청년몸입니다. 코로나 시기 집에서 잘 먹고 움직이지 않아 살이 금새 찌더군요. 네네 제 눈에는 귀엽기만 한 건장함인데 다른 사람눈에는 비만의 몸입니다. 아이는 몸이 급속도로 성장하게 되는 동안 친구들과 분리된 생활을 하게 되었고 자기 몸이 어떤 파워를 발휘하는지 모른 채 덜컥 '베이맥스' 처럼 부풀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게 문제지요. 첫번째 희생자는 저였으니까요. 이번 봄 어버이날 이었습니다. 우리아이는 사내아이치고 어릴 때부터 껴안고 같이 뒹굴고 하는 스킨쉽을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문제는 지금은 그렇게 같이 놀고 나면 누구하나 다쳐나가는데 있습니다. 어버이날에는 제가 아이와 술래잡기를 하다 아이가 뒤에서 덮치는 것을 못버티고 넘어지는 통에 왼발 엄지발가락과 오른쪽 무릎 횡액낭에 염증이 생겨 기브스를 하게 되었지요. 네, 또 왼발입니다. 


이 정도 되면 우리 아들은 부모의 왼발만 골라 사냥하는 격입니다. 우리 부부는 각자의 운동을 최우선적 활동으로 추구하는 사람들인데요. 남편은 하루 2만보를 걸어 삼성헬스 상위권을 1프로 안에 드는 걸 좋아하고, 저는 하루 5 ~ 10킬로미터를 뛰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발을 다치면 어떤 일이 생기는줄 아십니까? 


욕구 불만으로 변비에 짜증에 무기력에 결국 기브스를 하고서라도 동네를 돌아야 하는 사람들로 변합니다. 쉬라고 해두는 기브스를 하고 부득불 동네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됩니다. 5월에 엄마 다리를 해먹었는데 9월은 아빠 생일주간 직전에 또 아빠 발가락을 골절시켰으니 우리 애는 지금 꼬리감추는 강아지 모양입니다. 


사실 이 모든 상황은 아이 탓만은 아닙니다.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제 몸 크기와 거기서 주어진 힘을 잘 모르나 봅니다. 교실에서 친구들과 티격태격하는 듯한 몸장난과 룰을 정해놓고 하는 스포츠 활동들이 최근 3년간 전무하다 시피 했으니 3년사이 30cm가까이 큰 우리 아이는 제 몸이 할 수 있는 일을 잘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우리 몸은 대다수의 수분과 골격근 ,그리고 지방과 무기질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칼 세이건 박사는 <코스모스>에서 잡화점에서 20달러 정도의 유기화합물을 구매하면 인간을 구성하는 합성물질을 만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 몸가치가  20달러에 불과한 건 물론 아니지요. 하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가치만큼도 잘 활용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몸은 쓴 만큼 달라집니다. 우리 몸은 세포 단위로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식습관이나 운동 습관에 의해  체지방 세포나 골격근 세포로 거듭나기도 합니다. 이를 수치화해서 보여주는 게 바로 인바디죠. 여러분도 스스로를 경계하는 의미에서 2주에 한번꼴로 인바디를 재서 몸을 관리해보시길 추천합니다. 근육은 늘리고 체지방은 내리는 단단한 몸이 되는 길은 다이어트밖에 없다. 클리셰이자 죽어도 잘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기도 합니다. 죽지 않을 만큼 먹고 죽을지도 모를까 걱정될만큼 운동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다시 제 아들의 이야기로 돌아가 볼게요. 우리 아이는 3년동안의 급속도로 성장한 자신의 몸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우리 가족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어느날 그렇게 불쑥 큰게 아닌데 아이가 바지가 꼭 낀다는 말을 흘려 들었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 범벅에 숨을 헐떡이더군요. 소화가 안되어서 탄산음료를 물처럼 마시고, 수업시간에 졸린단 이유로 젤리를 늘 끼고 삽니다. 사춘기 그녀석은  속보왕 남편과 뛰어야 사는 엄마 곁에서 아이를 떼어 놓고야 맙니다. 아이 발에 운동화를 신기려면 한달용돈 박탈이라는 압박을 가해야합니다. 


아이는 자신의 몸을 모릅니다. 엄마인 저의 10대 몸이 살이 덕지덕지하고 무기력해서 늘 자신감없고 움츠려 들었단 사실을 상기시켜줍니다. 그래요 아이는 저를 닮았습니다. 제가 십대의 자신감 없이 박스티로 뱃살을 가리고 사람들하고 만나기 보담 방에 움츠려 있었단 사실을 고백합니다. 지금 그 아이가 하듯이 말이죠. 임신, 출산기를 거치고 운동에 열의를 쏟고 식단을 관리하는 지금에 들어서야 저는 이제 건강해졌음을 느낍니다. 저도 했으니 아들도 운동을 가까이 하고 식단을 조절하는 관리하는 삶을 살길 바랍니다. 


남편의 깁스는 3주정도 지속해야 한답니다. 출근길의 고생과 함꼐 운동을 못하게 되었다는 고통도 있겠죠. 식사량도 줄이려 하더군요. 소화가 안되는 듯 하다면서요. 아이는 또 큰 덩치로 우리부부에게 등을 보이고 맘니다. 내 탓이 아니라구요. 조용히 항변하네요 그래 네 탓은 아니란다. .하지만 우리 몸에 대해 잘 알고 사용할 책임을 알아야 하지 않겠니? 너의 무지로 너의 몸 뿐 아니라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다시는 누군가의 왼발을 다치게 하지 말자꾸나. 우리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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